코스피지수가 24일 13개월 만에 1600선을 회복한 것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가 유입된 덕분이다. 증시는 지난달 중순부터 화끈한 '서머랠리'를 펼치며 200포인트 가까이 급상승했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구조조정의 승자 기업들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1600선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증시가 착실하게 회복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시장 동향은 국내 증시의 수급을 지탱하고 있는 외국인의 투자심리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수는 하반기 1700선 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상당부분 선반영된 상황에서 3분기 이후 이익 증가가 예상치를 충족시킬지 여부는 변수다. 연말로 갈수록 유동성 축소 등 '출구전략'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있어 부담이란 지적이다. 재상승 중인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주의 대상이다.


◆미국 · 중국 등 해외발 훈풍이 필수


증시 분석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600선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의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문광 현대증권 투자분석부장은 "1500대 중반에서 3주 가까이 횡보하던 지수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긍정적인 발언으로 단숨에 1600선으로 도약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부장은 "1600선 안착의 첫 번째 조건은 미국 등 글로벌 경기 회복 신호가 구체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600대는 작년 말 저점에서 80%나 급등한 수준이므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는 지수대"라며 "시장이 상승 탄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투자심리를 극복할 재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센터장은 "지수 상승을 이끌어 온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식지 않아야 한다"며 "기업은 환율효과 이상의 경쟁력 개선효과를 3분기 이후 실적에서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중국 증시도 관심이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초 3500선에 근접했다가 3000 아래로 급락한 상하이지수가 확실하게 반등에 성공하는 것이 필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출 축소 등 출구전략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디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해 중국 정부가 당장 유동성 회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변수가 안정될 경우 외국인의 매수세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IT와 자동차주의 경우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탁월해 외국인은 미국 일본 등 선진시장과 같은 수준에서 비교하고 있다"며 "우량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는 앞으로도 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구전략은 최대 변수

다음 달 이후 가시화되기 시작할 3분기 실적 전망치가 투자자들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킬지도 관심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실제 이익 증가 속도에 비해 주가가 급하게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며 "높아진 눈높이를 기업들이 3분기 이후 얼마나 충족할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신중론자인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로 2분기까지 실적은 좋았지만 원자재 가격이 다시 강세로 돌아서 4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T와 자동차 업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시가총액 상승분의 36.5%를 IT주,13.5%를 자동차 관련주가 각각 차지했다. 이 기간 시총 상승분의 절반을 두 업종이 책임진 것이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500대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과 비교하면 자동차는 15%,IT주는 7% 각각 과대 평가돼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문광 부장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IT 자동차 등 섹터는 1600선 이상에선 가격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며 "1600선 안착을 위해서는 증권 건설 화학 철강 등 후발 주자들이 상승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도 "외국인이 대형주를 편식하며 지수가 급상승했지만 1600선을 안정적으로 지키려면 중소형주로도 매기가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구전략 가능성과 관련해 김학주 센터장은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통화량이 줄면서 주가가 상승 탄력을 잃을 수 있다"며 "가령 중국 건설은행의 상반기 대출 증가액이 7085억위안이었으나 하반기에는 2000억위안으로 감소할 예정이며 이 경우 증시로 유입되는 돈도 줄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