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친구에게 차이고 나서 상대방을 합법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는 질문들이 올라오기도 해요. 그럴 때는 법률적 조언과 함께 '안 좋은 이별은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고 충고하죠."

법무법인 청진의 안진영 변호사(35)는 지난 3월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법조계 '새내기'지만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문답게시판 '지식인'에서는 유명 인사로 통한다. 네이버는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손잡고 자원 변호사 235명이 지식인에서 법률 관련 질문에 답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 변호사는 이 가운데 지난 11일 기준으로 올해 793건의 질문에 답해 변호사회로부터 최근 '최다 답변 변호사'로 선정됐다.

안 변호사는 "연수생 시절 교수님들께서 '연수원 졸업 때 법률 지식이 최고조'라는 말씀들을 하셨다"며 "답변을 자주 하다보면 배운 지식을 잊어먹지 않아 좋고 공익에도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식인 서비스에 자원했다"고 말했다.

그가 주로 답변을 다는 시간은 출근 직후와 점심시간,퇴근 후 저녁시간과 주말이다. 출근 직후 머리를 정리할 겸 30분 정도 답변에 할애하고 점심에도 밥먹는 시간을 쪼갠다. 안 변호사는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가끔 친구들이 놀러와 술먹고 텔레비전을 볼 때도 답변을 달곤 한다"며 "친구들이 '게임 말고 뭔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 것 처음봤다. 취미가 돼 버린 것 같다'고 말한다"며 웃었다.

그는 지나치게 길거나 포괄적인 질문에 답할 때 가장 곤혹스럽다고 털어놨다. 안 변호사는 "세 줄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데도 50~60줄로 쓴 질문들이 종종 있어 읽다가 시간을 다 뺏기곤 한다"며 "심지어 '저작권이 무엇이에요'라는 포괄적 질문이 들어오면 거의 논문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가끔 학생들이 리포트를 쓰기 위해 주변 사람 이야기로 포장해서 질문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재미있는 사례면 다른 네티즌들에게도 정보가 되도록 상세히 설명해준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인 안 변호사는 "무료배포 운영체제(OS)인 리눅스 개발자처럼 법조계에서 작으나마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