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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리뷰] '39계단'‥배꼽 빠지는 기발한 상상력‥히치콕도 울고 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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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치콕이 이 연극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텅 빈 무대에 서곡이 흘러나오면 두 사람이 달려나와 A자형 사다리를 무대 중앙에 내려놓는다. 짐을 풀다 만 트렁크 3개,액자처럼 만들어진 이동용 창틀,안락의자와 테이블,스탠드를 순서대로 내려놓고 사라지면 주인공 해니가 등장한다. 국제적 음모에 휘말려 살인 혐의를 받은 주인공이 지도 한 장만 손에 쥐고 도망치면서 어떻게 누명을 벗게 되는지를 그리는 이 연극의 백미는 '기발한 연극적 상상력'과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전개'다.

    존 버컨의 소설 '39계단'을 원작으로 한 영국식 코믹 스릴러 연극 '39계단'은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1935년 동명 영화로도 만들었다. 히치콕이 엄청난 속도로 드라마를 몰아가며 숨돌릴 틈 없이 긴장감 속으로 관객들을 몰아갔다면,연극은 기발하고 우화적인 웃음으로 리메이크 해 색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런던에서 스코틀랜드까지 도망치는 주인공의 숨가쁜 여정을 연극 무대에 어떻게 표현했을까. 공간적 제약을 기발한 소품과 아이디어로 구현해낸 연출자의 상상력은 관객의 그것을 몇 배는 더 뛰어넘는다. 우선,주인공 해니가 트렁크를 들고 기차에 올라 도망치는 장면.순식간에 트렁크가 기차가 된다. 배우들은 마임과 목소리만으로 별안간 창문과 문도 만들어낸다. 암살자들에게 쫓겨 지붕 위로 달아나는 장면은 트렁크를 밟고 뛰어다니며 배우 스스로 옷깃을 휘날리는 모습으로 익살스럽게 연출했다. 전투기로 공격을 당하는 장면은 막대기에 종이 글라이더를 매달아 그림자를 만들어내고,음악극으로 승화시켰다.

    언어유희도 뛰어나다. 협력 연출을 맡았던 임영조씨는 "영국식 지명과 특유의 문화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알트나 셸라-크'라는 지명은 발음이 어려워 전달이 힘들자,자연스럽게 한국 배우들이 버벅거리는 모습으로 여러 번 반복해 해결했고, "우리,삭힌 홍어나 먹을까요?"라며 처음 만난 여성에게 식사 제안하는 신사의 모습에 또 한번 웃음이 터진다.

    등장 인물은 박해수 이혜정 임철수 홍태선 등 4명뿐.주인공 해니역인 박혜수를 제외하면 이혜정이 파멜라,애너밸라 등 3개 역,임철수 홍태선은 무려 135역의 멀티맨 역을 맡았다. 무대 위에서 나무,길,바위 등 배경이 됐다가 노인,배우,암살자,잡상인까지 100분간 총 93벌의 옷을 갈아입으며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이들의 연기력이 경이롭다. 옷을 바꿔 입는 시간은 단 10초.실수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이 연극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2006년 초연,기발한 연극적 상상력과 신선함으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2008년 토니상 어워드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음향 디자인,조명 디자인 2개 부문을 수상했다.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02)2250-5920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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