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식형펀드의 환매 규모가 15조원을 넘어섰다. 신규 투자자금도 들어오고 있지만 환매가 이보다 훨씬 많아 이미 3조원 가까운 자금이 펀드시장에서 순유출됐다.

이에 따라 일부 중소 자산운용사들은 자본금이 잠식되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지난달부터 환매가 더 늘어나는 추세여서 증자가 어려운 업체들은 고사할 가능성도 있어 자산운용업계의 구조조정에 대비해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주식형펀드 환매 규모는 국내 11조7860억원,해외 3조5526억원 등 모두 15조3386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주식형펀드 순자산(109조원)의 14%다.

반면 펀드에 새로 들어온 자금은 12조4592억원에 그쳐 2조8700억원 이상이 펀드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펀드 환매는 하반기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달 환매액은 3조1465억원으로 올 들어 처음 월간 기준으로 3조원을 넘었다. 이달 들어서도 환매규모가 이미 2조1200억원에 달해 전달에 이어 3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16일 이후 이달 17일까지 23일째 모두 3조원 넘게 환매가 이뤄졌다. 사상 최장의 자금 순유출 기록이다.

해외 주식형펀드도 지난달부터 순유출로 전환됐다. 올 들어 5월까지 월 평균 3000억원대에 머물던 환매 규모가 6월 5913억원,7월 8325억원으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에도 5060억원이 환매됐다. 이에 따라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는 지난달 1795억원이 순유출된 데 이어 이달에도 이미 1915억원이 빠져나간 상태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팀장은 "올 들어 주가가 크게 올라 펀드 투자자금이 원금을 회복하자 투자자들이 일단 펀드를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 팀장은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면 환매가 점차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빠져나간 자금이 펀드시장으로 다시 유입되지 않고 있어 자금이탈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드 환매로 일부 운용사들은 이미 자본이 일부 잠식상태에 빠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블리스자산운용은 이미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자본금의 71%를 까먹었다. 또 JP모간,마이에셋,골드만삭스,블랙록,GS,마이어,RG에너지자원,아이투신,메리츠,더커,다울부동산,얼라이언스번스타인,현대스위스,앰플러스,다비하나인프라펀드,유진 등 모두 17개 자산운용사가 일부 자본이 잠식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비하나인프라펀드자산운용을 제외한 16개사는 모두 작년에 적자를 냈다. 국내엔 모두 63개 운용사가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환매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일부 업체는 자금 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특히 대부분 해외펀드에 집중하는 외국계 운용사이거나 규모가 작은 펀드를 운용하는 중소형 운용사가 많아 증자 없이 환매 기조가 이어지면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운용업계가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