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근로자들이 해고된 뒤 재취업할 때 임금 등에서 큰 손해를 보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사태도 노동자들이 해고로 인해 임금 손실이 클 것을 우려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해고라는 것이 근로자들과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어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학회가 공동 주최한 '제7회 한경 대학(원)생 경제논문 공모전'에서 '해고의 신호효과에 대한 실증분석과 한국 노동시장에서의 시사점'이란 주제로 대상을 받은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의 김태훈씨(27)는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노동시장을 분석한 모델을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해 현재 한국 노동시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파헤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기븐스와 로렌스 캐츠가 사용한 실증분석 방법을 기초로 한국 노동시장에서 실직 사유에 따른 임금손실 효과를 검토했다. 직장을 잃은 원인을 '회사 파산으로 인한 실직'과 '해고로 인한 실직'으로 나눈 뒤 어느 쪽 실직자가 재취업시 임금부문에서 더 큰 손해를 보는지 비교했다.

김씨의 연구 결과 해고당한 근로자의 평균적인 임금손실률은 10.5%로 회사 파산으로 인한 임금손실률인 2.8%보다 크게 나타났다. 해고로 인한 실직이 노동자의 개인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신호효과를 줬기 때문이다.

김씨는 "해고는 실직 이후 구직 과정에서 고용주들에게 부정적인 낙인효과를 준다"며 "해고로 인한 실직자가 회사 파산으로 인한 실직자보다 임금부문뿐만 아니라 재취업까지 걸린 기간이 더 길었으며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비율도 더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환경으로 인해 한국사회에서는 정리해고와 같은 인적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조정비용이 크게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최근 이슈가 됐던 쌍용차 사태의 원인도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사회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리해고에 대한 노동자들의 거부감이 커졌다"며 "노동시장 재진입이 아예 차단되거나 다시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임금 등에서 큰 손해를 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서도 노동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러한 일이 벌어졌을 때 이해집단끼리 앞으로 발생할 손실을 객관적으로 예측하고 그 비용을 분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내년 미국 유학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노동경제학 인구경제학 보건경제학 등을 더 깊게 공부해 학자의 길을 걷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태훈/김영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