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은 내가 지킨다. '

유소연(19 · 하이마트 · 사진)이 미국LPGA투어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해외파 선수'들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하이원리조트컵 SBS채리티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이자 올 시즌 4승째로 유소연은 하반기에도 '독주 체제'를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1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선 '백전노장' 정일미(37)는 막판까지 선전했지만 아깝게 2위에 만족해야 했다.

16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CC(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라운드의 관심은 온통 챔피언조의 정일미에게 집중됐다. 정일미는 전반에만 2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하지만 국내파의 자존심 유소연의 저력은 무서웠다.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에쓰오일 대회에서도 막판 뒤집기 쇼를 보여줬던 유소연은 이날도 무서운 뒷심을 발휘,'파이널 퀸'이라는 새 별명을 얻게 됐다. 유소연은 전반에만 버디 6개,보기 1개로 5타를 줄이며 단숨에 공동선두까지 치고 올랐다.

잘나가던 유소연은 16번홀(파4)에서 티샷이 벙커 언저리에 멈추는 바람에 1타를 잃으며 선두권에서 내려가 우승 향방이 묘연해지는 듯했다. 유소연은 그러나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옆 2.5m 지점에 떨군 뒤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유소연은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경기를 마친 뒤 연장전에 대비했으나 정일미가 마지막 두 홀을 '보기-파'로 마무리하는 바람에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상금 2억원을 보태 시즌 상금랭킹에서도 1위(4억6715만원)를 질주했다.

6년 만에 국내 무대에서 우승 도전에 나선 정일미는 17번홀(파3)에서 파 세이브를 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정일미는 아쉬운 2위를 하고도 "순간순간마다 최선을 다했다"며 웃음을 잃지 않아 많은 박수를 받았다.

정선=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