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서 품위 있게 떨어지는 화려한 샹들리에. 누우면 금방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만 같은 안락한 소파. 재즈가 흘러나오는 텔레비전.

부잣집 저택을 떠올리면 큰 오산이다. 힌트를 주자면 이곳 입구에는 두루마리 휴지를 황급히 쫓아가는 한 여성의 놀란 표정이 그려진 표지판이 걸려 있다. 다름 아닌 ‘화장실’이다.

마리오아울렛이 개점 9주년을 맞아 화장실을 ‘예술공간’으로 바꿔 눈길을 끌고 있다. 두 동의 건물 중 한 동의 화장실을 미국 모던 팝아트인 ‘핀업걸 아트(Pin-up Girl Art)를 모티브로 한 예술 공간으로 꾸며 지난달 말부터 고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 화장실에는 파우더룸과 수유실, 소파, TV 등의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특히 여자 화장실 벽면은 아트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여성을 소재로 한 다양한 그림을 벽면에 그렸다.

수유실 벽면에는 정수기에 생수통을 들어올리는 여성 표정이 그려져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이제 막 샤워를 끝내고 목욕 가운을 걸친 채 한가롭게 매니큐어를 바르는 젊은 여성도 눈에 띈다. 맞은 편 벽에는 바닥을 청소하는 여성의 치맛자락이 자루걸레 손잡이에 밀려 치켜 올라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화장실을 리모델링한 후 고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마리오아울렛 관계자는 "자칫 소홀할 수 있는 화장실을 아트 화장실로 리모델링한 후 벽면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가는 여성고객들도 자주 눈에 띈다"며 "반응이 좋아 추가로 아트공간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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