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복수로 선정한 것은 '한 곳만 선정하겠다'는 당초 방침을 뒤집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연구개발(R&D) 허브가 될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의 방침이 바뀐 데는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논리가 개입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선정됐나

10일 열린 5차 첨단의료복합단지위원회에 앞서 실시된 최종 정량평가에서는 대구 신서혁신도시가 가장 높은 등급인 'A'를 받았고 서울 마곡,대전 신동,경기 광교,강원 원주,충북 오송,경남 양산 등 6곳이 'B' 등급으로 결정됐다. 위원회는 A등급을 받은 신서를 우선 선정하고 B등급 지역 중에서 복수단지 조성시의 기대효과 등을 고려해 충북 오송을 추가로 선정했다.

신서는 국내외 의료 연구개발기관과의 연계 및 공동연구개발 실적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의지와 국토균형발전 효과 등 평가항목 전반에 걸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송은 교통 접근성이 좋고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련 국책기관의 유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조성 과정과 기대 효과는

첨단의료복합단지에는 신약개발지원센터,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첨단임상시험센터 등 코어(Core)인프라구역과 연구용 세포 · 시료를 보관 관리하는 바이오 리소스(Bio Resource)센터와 실험동물센터,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 등 연구지원시설구역이 들어선다. 연구기관입주구역과 편의시설구역도 조성된다. 단지 규모는 연구기관 입주단지 66만㎡를 포함해 약 100만㎡인데 두 곳이 선정된 만큼 일정 비율로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

2038년까지 총 5조6000억원이 투자되는데 초기 10년간은 시설 · 운영비 중심으로,개발성과가 가시화되는 이후 20년간은 R&D 비용 중심으로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투자금은 정부와 지자체,민간이 적정하게 분담한다. 조성 공사는 내년에 착수해 2012년 말에 완료할 계획이다. 물론 조성 이후에도 신약개발 등을 위한 투자는 2038년까지 계속 이뤄진다. 정부는 이 단지에서 첨단신약 16개와 첨단의료기기 18개 등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산증가 효과는 의료산업의 45조원을 포함해 총 82조2000억원,고용창출은 의료산업의 20만4000명 등 총 38만2000명을 전망하고 있다.


◆복수 선정에 따른 부작용 우려

위원회는 지난 4월 제3차 회의에서 한 곳만 선정하기로 결정했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로 나눠 두 곳에 조성하는 것도 검토됐지만 한 곳으로 모으는 게 융합제품 개발과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더 낫다는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최종 발표에서 이 결정이 뒤집어지면서 '정치논리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자체들은 유치전의 성패가 차기 지방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치열한 로비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탈락한 지자체의 반발 등 후유증이 우려되는 이유다.

투자금 5조6000억원이 두 곳으로 나눠짐에 따라 조성 효과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선정된 두 지자체가 용역을 통해 자금이 얼마나 필요할지를 조사할 것"이라며 증액투자는 없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전 장관은 "복수 단지가 건설되면 상호 경쟁을 통해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한 제약사 관계자는 "연초 정부가 '금융중심지'를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 두 곳으로 선정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었는데 또다시 이런 일이 생겼다"며 "지역배려 차원이라는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욱진/장성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