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묘수 찾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법원으로 올라오는 상고사건 수를 줄이는 방안과 대법관 수를 늘리는 방안 등을 놓고 활발한 검토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과 정치권은 대법원 상고사건 축소 쪽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 대법원은 대법관 업무 조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사법정책자문위원회'를 지난달 24일 출범시켰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를 사법정책자문위 위원장에,곽동효 전 특허법원장 등 6명을 자문위원에 위촉했다. 또 이들의 활동을 보좌하기 위해 전문가 20여명으로 연구반을 구성했다. 여기서는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해 대법원과 업무를 분담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3심으로 넘어오는 사건 수를 제한하는 대신 1심 재판을 강화해 사건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법 찾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은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해 대법원과 업무를 분담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이 안은 고등법원 상고부가 대부분의 상고 사건을 처리하되 중요 사건은 대법원에 곧바로 상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고등법원 상고부의 판결에 대해 제한적으로 대법원에 특별상고를 할 수 있는 길도 열어두고 있다.

이에 반해 변호사업계는 대법관 수를 늘리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안과 관련,대한변협은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하는 것은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한다는 헌법 101조2항에 위반된다"며 "고등법원이 판결한 사건을 다시 고등법원 상고부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변협은 따라서 "근본적으로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법관 업무 부담 경감 논의가 활발한 것은 대법관 한 사람당 연간 2000건 이상의 사건을 담당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많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제대로 된 정책법원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고,3심 재판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기각(심리불속행)되는 사건이 전체 상고 사건의 절반을 넘고 있다.

이해성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