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윤제균 감독 "쓰나미를 코믹과 CG로 버무렸더니 관객 열광"
윤제균 감독(40)의 재난영화 '해운대'가 10일 관객 750만명을 돌파했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1174만명을 동원했던 '태극기 휘날리며'보다 약간 앞서는 흥행 추이를 고려하면 오는 20일 전후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영화가 1000만명 고지에 오르는 것은 '괴물' 이후 3년 만이다.

데뷔작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 등으로 일찌감치 흥행 감독 반열에 올랐지만 평단에서는 외면받았던 윤 감독이 이번에는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제작사 JK필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재난영화이지만 사람 냄새가 나고,재미와 감동이 가슴에 와닿는다고 관객들이 말합니다. 한 네티즌은 '해운대'가 한국 영화란 게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느낀다는 글을 올려놨더군요. 할리우드 재난영화 '투모로우'보다 훨씬 낫다면서요. 평론가와 관객들은 드라마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어요. 쓰나미 장면 컴퓨터그래픽(CG)도 기대 이상으로 평가합니다. 아마도 고생하고 노력한 게 보이니까 응원하는 듯싶습니다. 어쨌든 폭발적인 반응에 얼떨떨합니다. "

지금까지 그가 감독한 '두사부일체''색즉시공''1번가의 기적',제작자로 나선 '색즉시공2''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실패작은 '낭만자객'뿐.6전5승의 승률은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평단은 한결같이 '저질이다''거칠다'고 비판했다. 이번 작품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우려 섞인 눈길이 많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관객마다 반응이 달라요. 지방 관객들은 까불거리는 동춘(김인권)이란 캐릭터에 열광합니다. 서울 관객들은 해양구조대원 이민기와 휴가 온 삼수생 강예원 커플을 입에 올리고요. 어떤 사람은 설경구가 취중에 샴푸를 마신 게 가장 우습다고 합니다. 설경구와 하지원의 부산 사투리에 대해서도 얘기합니다. 사람마다 보는 포인트가 이처럼 다른 게 놀랍습니다. "

그는 시나리오를 쓸 때 먼 나라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 사람들의 얘기로 꾸미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랑,오랜 속앓이를 하는 사랑,부모와 자식 간의 다양한 관계,이혼한 부부의 사연들을 집어넣었다. 그래서 관객들은 이 중 적어도 한 명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게 됐다.

"해운대에 덮친 쓰나미 장면은 처음부터 자신 있었어요. CG는 다듬을수록 정교해지는,시간과의 싸움입니다. 할리우드에서 물 CG 소스를 가져와 모팩 등 한국 CG업체 컨소시엄에서 완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6개월간 할리우드 현지 팀과 화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수없이 밤샘작업을 했어요. 제 역할은 각 장면에 대해 최종 컨펌(승인)하는 것인데,할리우드 팀과 많이 싸웠어요. 그들은 이 정도면 괜찮지 않으냐고 했지만 제가 계속 퇴짜를 놨거든요. "

'해운대'에 30분간 등장하는 CG 분량은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보다 많다. 할리우드 대작들의 CG는 평균 100컷 미만이다. '퍼펙트스톰'도 80여컷이었다. '해운대'는 총 3500컷 중 순수 CG만 150컷,단순 합성 장면까지 포함한 CG는 600컷에 달한다.

"2004년 동남아 쓰나미 사건을 당시 해운대에 있던 부모님 집에서 TV로 봤어요. 피서철에 해운대에 저 쓰나미가 닥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한마디로 충격과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어요. 그해 12월부터 기획 작업에 들어가 동향 친구인 김휘 작가와 함께 2년 만에 시나리오를 탈고했습니다. "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과 함께 10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해운대'까지 흥행의 비결을 물었다.

"몇 작품을 해보니 분명해졌습니다. 대중성의 요체는 절반의 새로움과 절반의 익숙함이에요. 너무 새로운 것은 컬트죠.모든 게 익숙하면 식상함이고요. '해운대'는 익숙한 드라마에 새로운 테크닉을 결합시켰어요. 재난영화에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버무렸습니다. '두사부일체'는 조폭코미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어요. '색즉시공'은 섹스코미디에서 감동을 느끼도록 했고요. 모두 이전에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영화들이죠."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기존 영화들과 '해운대'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공통점은 장르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새롭게 도전했다는 것입니다. 관객들이 영화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새로운 영화를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기존 1000만 관객 영화들에 비해 '해운대'는 가장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다양한 감정을 맛볼 수 있는 것도 그렇고요. 1000만 관객 영화 중 이렇게 웃긴 작품은 없었어요. "

그는 '해운대'가 한국 영화의 해외 시장 진출에 발판이 되기를 기원했다. 이미 27개국에 팔린 '해운대'는 오는 25일 한국 영화 최초로 중국 전역에서 개봉된다. 중국은 연간 20편만 전국 개봉할 수 있는 분장제(쿼터제)를 시행하는데 지금까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차지였다.

'영화계의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윤 감독은 1996년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LG애드에 근무하면서 1999년 '신혼여행'으로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됐다. 2001년 '두사부일체'의 시나리오를 썼으나 제작사가 감독을 찾지 못하자 감독에 자원해 데뷔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