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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아이디어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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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담당자가 누구예요? 이리저리 돌려주기만 하고."

    입사 3년차 연구원인 제니퍼가 전화를 받을 때마다 고객들은 이렇게 짜증을 냈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가장 적절한 연구원을 바로 연결시켜주는 자동전화응대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문제는 개발비와 사업자금. 그녀는 이 아이디어를 사내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상장한 모델이 '라이트어웨이'이고, 현재 최고가 종목군에 속해 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회사인 라이트솔루션스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이 회사의 사내주식시장인 '뮤추얼펀(Mutual Fun)'은 수년 전부터 뉴욕타임스 등 유수 언론으로부터 혁신 사례로 주목받아왔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인 게리 해멀이 뮤추얼펀을 '21세기 새 원칙을 적용한 대표적 경영혁신'으로 인용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회사 조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키우기보다는 오히려 죽이기 위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영이 한정된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해 최대의 성과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모든 아이디어가 아니라 몇몇 아이디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디어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부정적인 시각이 기본이다. 기회 보다는 위험요인에 집중하고, 위험도가 높은 아이디어는 일찌감치 죽여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프로세스를 봐도 그렇다. 사원의 아이디어는 대개의 경우 부장 선에서 1차 걸러진다. 부장을 통과해도 임원, 사장 등 두 사람만이 더 있을 뿐이다. 어찌보면 3명만 설득하면 실현할 수 있는 구조지만, 실제로는 1~3명의 판단으로 아이디어는 영영 사라지고 만다.

    주식시장은 어떨까. 가격이 매겨질 뿐 상장폐지되기 전까지는 죽지 않는다. 아이디어 주식시장이라면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그 중 괜찮은 아이디어는 수많은 투자자들의 지지와 후원과 실제 투자를 받게 되는 것이다.

    사내 주식시장 아이디어는 라이트솔루션스의 창업자인 짐 라보이가 운전을 하다 문득 떠올린 것이다. 혁신적인 조직을 꿈꾸던 그는 경제뉴스를 듣다 '유레카'를 외쳤다. "사람들이 그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는 주식시장이야말로 혁신적인 회사를 구축하는 멋진 청사진이 되겠구나!"

    혁신을 장려하는 플랫폼으로서 주식시장은 회사와는 다른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성장 가능성만 눈여겨 보는 투자자가 있고, 둘째 돈이 있으면 누구라도 투자할 수 있는 수평적인 구조가 갖춰져 있으며 마지막으로는 사장이나 대주주 같은 지배적인 권력자가 없다. 사내에 아이디어 주식시장을 만들어놓으면 사원들의 아이디어는 혁신을 촉진하는 이런 구조에 힘입어 사업화되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 라이트솔루션스의 경우도 신규 사업의 50%가 사내주식시장에 상장된 아이디어를 통해 나왔다.

    꼭 사내주식시장이 아니어도 좋다. 아이디어의 생사가 몇몇 간부들의 손에서 결정되는 구조는 벗어나야 한다. 시장 속에서 검증받고 또 그 과정에서 더욱 좋은 비즈니스모델로 커갈 수 있는 환경을 이왕이면 회사 내에 만들어야 한다. 이 제도는 특히 직업이동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인재를 붙들어두는 장치로도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해보인다.

    권영설 한경 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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