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의 하늘은 하루 종일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경찰이 특공대 100여명과 전투경찰 2600여명을 동원,진압 작전을 개시하면서 매달 2만여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던 공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날이 저물자 경찰은 양측의 안전을 위해 야간작전을 중단한 채 밤샘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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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공대 진압 작전 개시

경찰은 이날 오전 5시께부터 경찰 헬기와 소방 헬기 3~4대를 띄워 도장공장 상공에 최루액을 뿌리며 진압을 위한 사전작업을 시작했다. 경찰은 도장공장으로 통하는 가장 가까운 길인 북문에 병력을 가장 먼저 투입했다. 노조원들이 방심한 틈을 타 경찰 50여명이 진입로를 개척한 것.이에 당황한 노조원들은 옥상으로 올라가 소리를 지르고 볼트새총을 쏘며 저항했다. 경찰은 오전 7시께 다시 헬기 3대를 동원,30분 간격으로 최루액을 뿌리며 노조원들의 저항을 무력화했다.

오전 9시30분부터 경찰 특공대가 속속 집결하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도장공장 옥상에선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낌새를 챈 노조원들이 폐타이어 더미를 태우며 경찰의 접근을 막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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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차체2공장을 비롯 도장공장 인근의 건물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차체2공장 진입을 시작한 것은 오전 10시40분.특공대는 고가 사다리를 신속하게 설치해 차체2공장의 옥상으로 침투했다. 노조원 10여명이 옥상에서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쏘며 저항했지만 특공대는 1시간 만에 옥상 장악에 성공했다. 이어 경찰은 인접한 도장2공장과 사이에 사다리를 설치하는 등 연결 통로 마련에 들어갔다. 또 조립 3,4공장 옥상 장악을 위한 작전에도 돌입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이 도장공장 옥상에서 새총을 쏘고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대응해 경찰이 고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명의 경찰이 부상을 당했다. 도장공장 진입을 위한 작전은 지상에서도 병행됐다.


◆민노총 천막 철거

경찰의 진압 작전에 앞서 쌍용차 공장 안팎에서는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이 이어졌다. 임직원 700여명이 공장 정문 주변을 청소한다는 명분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고,이들은 가족대책위와 민주노총,민주노동당 등이 정문 앞 도로 양편에 설치한 천막 9개에 대한 철거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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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폭력행위을 저지하던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민주노총 간부 등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쌍용차 비해고 직원인 최윤상씨(40)는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편에서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물리적 충돌을 조장하는 것 같다"며 "그동안 주저하다 파산 이야기가 현실화되니까 화가나서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의 진압 작전 개시 이후 도장공장 안으로 언제,어느 정도의 경찰을 투입할지가 관건으로 남았다. 현재 도장1 · 2공장과 조립공장 등에 남은 노조원 500여명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전 9시30분께부터 폐타이어를 태우며 경찰의 진압작전을 교란시키고 있으며,화염병 · 새총 · 표창 등을 던지며 저항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도장2공장 안으로 남은 노조원들을 고립시키는 게 작전의 목표"라면서도 "노조원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세 작전 진행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장공장 진압 과정에서 인화물질이 폭발하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큰 비난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도 경찰의 큰 부담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사측과 직원들의 공권력 투입 요청에도 '안전문제'를 이유로 진압을 미뤄왔다. 게다가 5일 채권단의 파산신청 제출과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는 것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평택=서보미/박동휘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