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립스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세계경제의 권력이 미국과 중국(G2)으로 이동하느냐는 질문에 "G20의 다자,다극구도 시대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정책적 결정을 통해 호환성과 유동성을 높이면 위안화도 기축통화 지위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출신인 립스키 부총재는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살로먼브러더스와 체이스맨해튼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JP모건체이스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주 열린 미국과 중국 간 첫 전략경제대화를 평가한다면.

"대화는 아주 생산적이었다. 그렇다면 모두가 승자다. "

▼세계경제의 권력이 주요 8개국(G8)에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G2로 이동하고 있다는 시각에 동의하나.

"다극 · 다자구도 시대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11월2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처음으로 열린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한번 모이자는 아주 짧은 통보에도 성사됐다. 세계 경제 · 금융 격변에서 온 위기감은 물론 상호 의존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회의를 열자면 대개 수년이 걸린다. 이후 1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세 번째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글로벌 현실과 글로벌 지배구조의 변곡점인 것처럼 보인다. "

▼미 · 중은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미국의 경기가 바닥을 탈출했으며,중국의 경기는 이미 반등을 시작했다고 확인했는데.

"그런 결론은 IMF의 예측과 일관된다. IMF는 신흥국가들의 경제가 올 하반기에 성장하고,선진국 경제도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성장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회복 속도는 비교적 점진적일 것으로 본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 통화확대 정책이 내년까지 지속될 필요가 있다. "

▼한국의 위기 극복 노력을 평가한다면.

"최근 한국 관련 경제 데이터가 아주 긍정적이어서 기쁘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전개한 경기부양정책은 전반적으로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2010년까지 부양정책이 지속돼야 한다. 한국 정부가 채택한 (재정 · 통화) 확대정책을 지지한다. 완전히 이행돼야 한다. 경기부양정책이 경제회복을 도울 것이다. 장단기적으로 한국 경제 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다. "

▼최근 한국에서는 출구 전략 마련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다.

"출구 전략을 생각은 해놓되 지금 이행하지는 말아야 한다. 최근의 경제통계가 긍정적이라도 안일한 만족에 빠져서는 안 된다. "

▼IMF의 특별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만드는 '혁명적인 단계'를 언젠가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슨 의미인가.

"현재 SDR는 통화가 아니다. 달러 유로 엔 파운드화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이며 통화인출계정이다. IMF가 회원국들의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고안했다. 그러나 SDR가 구성 통화 중 하나로 전환할 때 사용 가능하다. 과거 유럽연합(EU)의 통화바스켓인 에쿠(ECU)가 실제 통화인 유로화로 전환된 것과 유사하다. 특히 유로화는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중앙통화기관이 발행한다. 통화계정이나 지급준비자산에 머무르고 있는 SDR를 이처럼 현실적인 통화로 전환하는 일은 혁명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IMF에 발권력을 주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겠다. 언제 가능할지는 확실히 예상할 수는 없다. 조만간은 아닐 것이다. "

▼현행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달러는 지배적인 지급준비통화일 뿐 유일한 지급준비통화는 아니다. 달러는 국제적인 지급준비자산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달러의 비중은 달러의 펀더멘털과 연계해 볼 수 있다. "

▼중국의 위안화도 기축통화가 될 수 있나.

"잠재력이 있다. 그러려면 다른 통화와의 호환성이 있어야 하며,불편함이 없이 사용 가능해야 하고,국제시장에서 충분한 유동성을 갖춰야 한다. 일부 조치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결정을 필요로 한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그런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다고 분명히 밝혀왔다. "

▼IMF의 지배구조 개혁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배구조 개혁은 회원국들의 쿼터와 의결권 개혁이다. 쉽게 말해 IMF에서 현재 대표성이 낮은 국가들의 지분을 늘려주자는 것이다. 전체 의결권은 100%다. 대표성이 낮은 회원국들의 의결권을 높이자면 아마도 대표성이 높은 회원국들의 의결권을 낮춰야 할 것이다. 대표성이 낮은 국가들은 경제 역동성이 강한 신흥국가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4월의 G20 런던 정상회의는 2011년 1월까지 쿼터 조정을 검토하도록 했다. 총 회원국이 186개국이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문제다. 의결권 조정 기준도 최근 개선됐으나 추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 "

▼한국 정부는 IMF의 5000억달러 재원 확충에 발맞춰 IMF의 신차입배정금(NAB)에 더 출연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100억달러를 내겠다고 시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금액을 맞출 것이라고 본다. 한국은 지난해 쿼터 조정에서 지분이 늘어난 국가 가운데 하나다. IMF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다.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

▼한국 국민들은 외환위기 당시 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사실을 부정적인 '낙인(stigma)'으로 여기고 있다.

"모든 게 완벽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IMF의 처방이 전부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 개인적으로 보면 IMF가 가진 문제 중 하나는 충분한 위기 예방책을 갖고 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의 위기 때문에 회원국들은 새로운 위기 예방책을 승인하게 됐다. 가장 중요한 신흥국 문제를 다룰 때 대응하는 방식을 바꿨다. IMF가 올해 도입한 신축적인 신용공여제도(FCL)는 멕시코 폴란드 콜롬비아가 이용하고 있다. IMF 스티그마가 있다면 그건 긍정적인 스티그마다. 국제금융시장은 FCL을 이용하는 국가들을 환영하고 있다. 관련 국가들은 새 제도의 혜택을 보고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IMF도 변했고,세계가 직면한 도전들도 변했다.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앞을 봐야 한다. "

글 · 사진/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