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도시들만 그린 시티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다. 유럽 대부분 도시와 일본 도시들도 녹색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곳이 독일 남부의 프라이부르크(Freiburg)다. 이곳은 인구 20만명 중 3만명이 대학생인 유서 깊은 대학도시이자 검은 숲 '슈바르츠 발트'의 서쪽 기슭에 자리잡은 관광 중심지다.

최근 들어선 유럽의 대표적인 환경도시로 더 유명하다. 서울시가 얼마 전 기후 변화 대응 노력 등을 강화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태양광 발전을 생활화

프라이부르크가 태양의 도시로 불리는 것은 태양광 발전이 생활화돼 있기 때문이다. 시내 고층빌딩 옥상에는 대부분 태양광 전지판이 설치돼 있다. 얼마 전 차두리 선수가 이적한 독일 프로축구팀 FC프라이부르크의 전용구장(사진)도 마찬가지다. 이 구장의 옥상에도 예외 없이 태양광 전지판이 설치돼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 설비가 시민 참여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1995년 경기장 관중석을 늘리면서 태양광 전지판을 한 계좌에 700만원 정도를 받고 시민들에게 팔았다. 시민 101명이 기꺼이 돈을 냈다. 최대 발전량은 100㎾.여기서 생산된 전기로 경기가 있는 날의 전력 60%를 충당한다. 경기가 없는 날 생산된 전기는 전력회사에 팔고 있다.

태양광을 이용한 '헬레오트롭(Heliotrop)'이라는 태양에너지 주택도 이곳의 명물이다. 이 주택의 옥상에 자리잡은 태양광 전지판은 태양을 따라 마치 해바라기처럼 200~220도 정도를 움직이며 전력을 생산한다.

◆환경 피해 딛고 화려하게 재탄생

프라이부르크가 태양의 도시로 거듭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1970년대 초만 해도 프라이부르크는 환경과는 거리가 먼 소도시에 불과했다. 시 인근 비일(Wyhl) 지역의 원자력발전소 건설로 산성비가 자주 내리면서 가문비나무 전나무 등이 말라죽는 등 환경 피해가 심각했다.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원전 건설은 중단됐다. 시민들은 석탄 · 석유에너지 절약운동과 함께 태양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 시작했다. 일반 가정의 에너지 소비 80%가 겨울철 난방으로 소모된다는 점을 자각한 지역주민들은 주택마다 단열 처리를 하거나 남향으로 건물을 짓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독일 정부도 1992년 프라이부르크를 태양에너지 도시로 지정한 이후 개인이 태양광에너지 시설을 설치할 경우 재정 지원을 보조하는 등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태양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시 전체 전력소비량(시간당 1억㎾)의 0.5% 정도.시는 태양광 발전 규모를 2012년까지 1.2%(시간당 1200만㎾)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프라이부르크(독일)=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