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끝장협상 결렬] 협력사 채권단 "5일 파산신청서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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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어떻게 되나
쌍용자동차 노사가 67시간 동안 7차례에 걸쳐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 노조가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탓이다. 회사 측은 정리해고자 974명의 40%를 정규영업직 또는 무급휴직으로 구제하는 회사 측 최종 제안을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는 한,더이상의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노조가 73일째 불범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평택공장은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불법 점거를 정리하기 위해 공권력을 이용하는 방법이 마지막으로 남았다"고 말했고,임직원들은 "경찰이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들어가 끄집어 내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경기소방청은 소방차 45대와 소방인력 126명을 급파,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협력사 채권단,"5일 중 파산신청"
이번 마라톤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무급 휴직 및 희망퇴직자 수였다. 사측은 최종 협상에서 정리해고자 처리와 관련,애프터서비스부문 분사를 통한 전직(253명)과 정규직 영업사원 채용(100명),무급휴직(290명),희망퇴직(331명) 등 이전보다 진전된 방안을 냈다. 무급휴직을 늘린 반면 희망퇴직은 줄였다.
노조는 그러나 "희망퇴직은 물론 분사도 정리해고와 다를 바 없다"며 이들 전원에 대해 무급 순환휴직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순환휴직은 4대 보험료 및 퇴직금 부담이 클 뿐 아니라 구조조정 효과가 없어 사측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던 방안이다.
노조는 해당자들이 회사 적(籍)을 유지할 수 있게 돼 노조 기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 때문에 이를 끝까지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정치적 목적 달성 때문에 쌍용차 및 협력업체 직원 20여만명의 희생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회사 측은 협상 결렬 선언을 한 후 청산을 전제로 한 회생계획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품협력사들도 5일 법원에 파산신청서를 내기로 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도 "파산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뉴 쌍용' 신설이냐,설비 해체냐
법원이 쌍용차의 회생 절차를 중단하고 파산을 받아들이면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물적 자산만 떼어내 새로운 법인 '굿 쌍용차'를 설립,3자 매각을 추진하거나 아예 쌍용차의 공장설비를 뜯어낸 뒤 팔아서 빚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다만 법원이 설비를 고철로 파는 '스크랩(scrap)'이란 극단을 선택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노조 문제가 풀리면,관심을 가질 국내외 기업이 있는 만큼 새로운 회사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영업,애프터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쌍용차의 경험은 중국,인도,러시아 등 신흥 자동차 기업들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라고 전했다.
◆회사,도장공장 전격 단전조치
쌍용차는 노조와 대화 결렬을 선언한 뒤 그동안 자제해왔던 도장 1,2공장에 대한 단전 조치를 전격적으로 취했다. 사측은 지난달 20일 단수와 함께 가스공급을 중단하면서도 고려하지 않았던 게 단전이다. 파이프라인에 들어 있는 액체 도료들이 단전으로 인해 굳어버리면 설비 복구가 어렵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농성자들이 머무는 공장시설의 전력비 등으로 매달 7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데 회사가 불법 행위를 계속 지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단전해도 이틀 정도는 액체도료에 문제가 없고 최대 일주일 정도까지도 괜찮은 것으로 안다"고 말해 농성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임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늦어도 일주일 안에 공권력 투입 또는 임직원들이 직접 도장공장에 진입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평택=조재길/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