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면 도둑 아닙니까. 이처럼 타인의 저작물을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일 역시 도둑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합니다. "

이보경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52)은 "저작권 보호와 이용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정 저작권법을 둘러싼 '격렬한' 반응은 법에 대한 오해 때문이자 불법 다운로드 경험이 있어 '제발 저린'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개정 저작권법의 핵심은 불법복제를 상습적 · 대규모로 벌이는 헤비 업로더 등에게 활동의 장을 제공하는 웹하드 · P2P 업체 등을 정부 차원에서 강력 처벌하는 데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헤비 업로더가 아니더라도 저작권자들의 폭증한 고소(2008년 기준 9만979건)에 휘말릴 가능성은 높다. 이 위원장은 통계를 들어 '저작권 감수성'을 높이는 방법을 귀띔했다. 지난 5월14일까지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에 참가한 184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블로그나 카페를 통한 저작권 침해 비율이 46%,P2P를 통한 파일 공유가 24%,웹하드에서의 침해가 22%였다. 이 세 가지 경로만 주의해도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할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고 저작권 보호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게 이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저작권의 철저한 보호만큼 저작물의 활발한 이용도 중요하다"면서 "지나친 저작권 보호는 오히려 창작 의욕을 떨어뜨리고 수익성까지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공정이용 규정'이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과 수년 내 도입될 '통합저작권정보관리시스템'이 선순환의 심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돼 심사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은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준비 중인 '통합저작권정보관리시스템'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시스템은 저작권 정보를 망라해 합법적인 이용을 돕고,나아가서는 저작권 계약 등 유통까지 가능한 '저작권 시장'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위원장은 "법과 제도는 최소한의 기준일 뿐,디지털 기술의 발전 때문에 생긴 저작권 문제는 역시 기술 개발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이고운/사진=허문찬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