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볼을 움직이게 하지 않았으나 논란이 있으므로 1벌타를 감수하겠다. "

2003년 마스터스챔피언 마이크 위어(캐나다 · 사진)가 고국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PGA투어 RBC 캐나디언오픈에서 스스로 1벌타를 매기는 '귀감 플레이'를 했다.

2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의 글렌애비GC(파72) 18번홀(파5) 페어웨이.위어가 두 번째 샷을 하려고 하는데 볼이 움직였다. 어드레스를 취한 것같지도 않고 자신이 볼을 움직이게 한 행동을 한 것같지도 않은 모호한 상황이었다. 꺼림칙한 위어는 경기위원을 불렀다. 경기위원이 판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자,위어는 1벌타를 받고 볼을 리플레이스한 뒤 플레이를 속개했다.

'왼손잡이' 위어는 홀아웃 후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그 사실에 대해 얘기했고,경기위원들은 그 장면이 찍힌 비디오를 여러 차례 돌려보았다. 결론은 '위어가 볼을 움직이게 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므로 무벌타'라는 것이었다. '혐의'를 벗은 위어는 벌타를 가산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

그런데 사단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위원들은 확실한 매듭을 짓기 위해 2라운드 후 추가 비디오를 면밀히 검토했다. 그 사실이 위어에게도 알려진 것은 물론이었다. 논쟁이 그치지 않자 위어는 스스로 1벌타를 부과했다. 경기위원의 판정 아래 2라운드 스코어카드를 제출했기 때문에 위어는 벌타를 감수하지 않아도 상관없었지만,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벌타를 택한 것.위어는 "내가 볼을 움직이게 한 것으로 생각지 않으나 왜 볼이 움직였는지 확실하게 해명되지 못한 점이 있다. 그냥 넘어가는 것은 뭔가 편안하지 않을 것같아 벌타를 매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볼이 움직인 상황이 모호하고 경기위원회에서도 '무혐의' 판정을 내렸지만,위어는 양심에 조그만 오점도 남기지 않기 위해 스스로 불이익을 택한 것.

지난해 11월 투어 긴시메르클래식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라이언 파머가 4라운드 10번홀에서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였다며 자진 신고,1벌타를 매겼다. 선두를 달리던 파머는 그 홀 보기에 이어 그 다음 홀에서 더블보기를 한 뒤 선두에서 내려갔으나 결국 1타차로 우승컵을 안았다. 주위에서는 '양심의 승리'라며 박수를 보냈다.

1954년 팻 플레처 이후 56년 만에 이 대회 '캐나다인 우승'을 노리는 위어는 3라운드까지 합계 9언더파 207타로 선두와 6타차의 공동 18위를 달리고 있다. 위어가 역전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양심적인 1벌타'는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 같다.

한편 악천후로 대회가 파행운영된 가운데 앤서니 김(24 · 나이키골프)은 27일 밤 11시30분 현재 3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레티프 구센(남아공)과 함께 공동 선두에 나섰다. 양용은(37 · 테일러메이드)과 케빈 나(26 · 타이틀리스트)는 합계 8언더파 208타로 20위권.이 대회는 27일 밤 잔여 3라운드를 마친 뒤 곧바로 4라운드에 들어갔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