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에 바싹 다가섰다.

23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76달러(2.7%) 오른 배럴당 67.1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3주 만에 최고치다. WTI 가격은 지난 14일 이후 13% 뛰었다. 런던석유거래소(ICE)의 9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1.93달러(2.87%) 오른 69.14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70달러 선에 육박했다.

이날 유가는 주택 시장과 증시에서 불어온 경기 회복 낙관론에 힘입어 급등했다. 지난달 미국의 기존주택 거래는 전달에 비해 3.6% 늘어난 489만채(연율 기준)를 기록하며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기존주택 매매가 석 달 연속 늘어난 것은 부동산 시장 거품이 절정에 달했던 2004년 초 이후 처음이다. 원유 시장은 이를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날 다우지수가 9000선을 돌파한 것도 유가 강세에 힘을 보탰다. 톰 벤츠 BNP파리바 수석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유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유가가 강세를 이어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4주간 휘발유 디젤 등 원유 정제품의 수요는 4.8% 줄었다. 에너지 자문사인 스코크리포트의 스티븐 스코크는 "최근의 유가 랠리를 경제 펀더멘털에 따라 설명할 수 없다"며 "경기 회복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고 원유 수요는 여전히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