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진입 이틀째인 21일 저녁 농성자들과의 격렬한 충돌 끝에 프레스공장 2곳을 확보했다. 도장공장에서 서쪽으로 300여m 떨어진 두 공장은 그동안 노조가 장악했던 곳이다. 경찰이 본관과 연구소에 이어 프레스공장을 확보함에 따라 노조원들의 점거지는 도장공장 두 곳과 일부 조립공장 정도로 줄어든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프레스공장 확보는 도장공장에 있는 노조원들을 압박하고 강제 해산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도장공장 옥상에서 다연발 볼트총을 쏘며 저항하는 노조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처음으로 최루액을 사용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부터 40여분 동안 헬기 2대를 띄워 도장공장 옥상에서 농성 중인 노조원들에게 최루액이 담긴 봉투들을 떨어뜨렸다.


◆평택공장 이틀째 '벼랑 끝 동거 중'

"낮에도 불을 켜놓을 수 없습니다. 언제 새총 볼트가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죠." 쌍용차 평택공장 북문 앞에 위치한 자재하치(TRE) 건물.이곳에서 만난 생산관리직 직원 A씨는 "망치로 쳐도 깨지지 않던 유리창이 새총 볼트를 맞으면 뻥뻥 구멍이 뚫린다"고 하소연했다.

쌍용차 임직원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본관(400여명) TRE 건물(400명) 연구동(700명) 등에 총 1500여명이 출근,이틀째 업무를 시작했지만 무차별로 날아드는 새총 볼트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전날 직원 1명이 노조원들의 새총 난사로 머리 부상을 입은 데 이어 이날 경찰 4명도 볼트를 맞고 응급실로 후송됐다.

임직원들이 이틀째 근무하고 있는 4층짜리 TRE 건물은 절반만 사용되고 있었다. 노조원들이 점거 중인 도장2공장을 향하고 있는 TRE 건물의 남쪽 사무실은 모두 텅 비어 있었고,볼트 새총을 맞아 2~3군데씩 구멍이 뚫려 있는 창문들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다. 인기척이 있으면 노조원들이 도장공장 옥상에서 즉각 볼트 새총을 쏘기 때문이다.

본관 앞에서 만난 한 관리직 직원은 "전날 노조원들이 본관 건물을 향해 불을 붙인 가스통을 굴려 직원들이 모두 엎드린 적도 있다"며 "폭발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큰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수도 · 가스 공급 차단,노조 얼마나 버틸까

쌍용차 측이 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원들에 대한 음식물 차단에 이어 20일 오전부터 수도 · 가스 공급까지 중단함에 따라 이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사측은 도장공장으로 연결된 급수탱크를 잠그는 단수조치 등을 전격 시행했다. 이 때문에 노조원들은 취사는 물론 화장실 사용에도 큰 불편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원들은 상당량의 식수를 미리 확보해둬 당분간 도장공장에서 버티는 데는 문제가 없는 상태다. 경찰은 도장공장 농성자 600여명이 20일 동안 견딜 수 있는 식료품과 식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은 "경찰이 추산하는 것보다 식료품과 식수가 훨씬 적다"면서도 정확한 수량을 밝히지는 않았다.


◆도장공장 압박 강화하는 경찰

전날 공장에 진입한 경찰은 노조원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정문과 북문 안쪽에 배치한 경찰력을 도장공장 쪽으로 전날에 비해 20~30m씩 전진시켰다. 경찰 수십명이 두 차례에 걸쳐 도장2공장 계단을 오르며 진입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원들이 자동차 바퀴 휠을 던지는 등 거세게 저항해 철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제해산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며 "다만 도장공장 진입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사측은 이날 "공권력 투입이 임박해지면서 매일 한두 명씩 파업 이탈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택=이상열/김일규/서보미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