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자 금융권 과당경쟁이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보험 저축은행 등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쏠림'현상을 방치할 경우 또 다른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잇따라 '옐로카드'를 꺼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이 특정 분야로 몰리면서 과당경쟁을 벌이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건전성 규제 수위를 크게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최근 손해보험사 사장들에게 직접 전화해 "실손 의료보험 상품 판매를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실손 의료보험은 지금까지 환자부담금의 100%까지 보장했는데,다음 달 1일부터 보상한도가 90%로 축소됨에 따라 손해보험사들이 절판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입심사(언더라이팅)를 강화하지 않으면 3년 뒤 갱신할 때 보험료가 크게 올라가 민원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실손형 의료보험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없었는지 현장 검사를 실시 중이며 중복가입 문제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금감원은 또 최근 전국 105개 저축은행에 공문을 보내 부실채권(NPL) 매입에도 제동을 걸었다. 저축은행들이 NPL 공개입찰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며 NPL 가격이 치솟아 저축은행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들이 가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를 초과해 NPL 입찰에 참여하는 사례도 있다"며 "수익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무리한 입찰 참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NPL은 이자나 원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으로,저축은행들은 이를 50~65% 가격에 사들였으나 최근 경쟁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난 상반기 NPL 가격은 지난해보다 5%포인트 정도 올랐다.

금감원은 이달 초 전업계 카드사를 대상으로 불법모집 실태 조사를 벌였고 지난 9일에는 증권사들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모집 실태에 대해 오는 9월까지 3개월간 특별 점검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엔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추기도 했다.

금감원이 금융권의 과당경쟁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말 김종창 금감원장이 "금융시장의 병폐 중 하나가 쏠림현상인데 최근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고 경고한 다음부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터진 뒤 막대한 부실자산이 발생하고 민원이 폭증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원인의 대부분은 금융사들의 과당경쟁에 있었다"며 "향후 국제적인 건전성 규제와 발맞춰 '쏠림'현상을 제도적으로 없애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은행 예대율 강화,은행계 금융지주사의 자본규제 강화,보험사 변액보험에 대한 보증준비금 도입 등을 추진 중이며 '파생상품 사전심의제'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김현석/이태훈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