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이 올해 정보기술(IT) 자동차 건설주 비중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이 대형 건설주를 대거 매수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건설주는 아파트 미분양으로 올해 반등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외국인은 중동발 수주가 살아나고 있는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시장을 이끌고 있는 만큼 IT 자동차주에 이어 건설주의 순환매를 기대할 만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은 대형 건설주 비중을 큰 폭으로 늘렸다.

GS건설의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말 33.1%에서 현재 43.8%로 10.7%포인트 급증했고 현대건설도 같은 기간 9.9%에서 18.7%로 크게 증가했다. 금액으로 보면 GS건설과 현대건설에 각각 6600억원,5200억원 규모의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됐다.

이와 함께 대림산업(35.2%→40.2%) 삼성물산(13.3%→17.7%) 삼성엔지니어링(20.2%→24.0%) 현대산업개발(59.9%→63.2%) 등 대형 건설사의 외국인 보유 비중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는 건설주의 실적 개선을 겨냥한 선취매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창근 현대증권 건설담당 부장은 "중동발 수주가 지난 6월부터 되살아나면서 건설주들의 매력이 더해지고 있다"며 "국내 분양시장도 바닥을 치고 오르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건설사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세운 시점은 부동산 경기가 최악이던 지난해 10~11월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건설업체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 강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주 대림산업이 2분기 영업이익으로 1425억원의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이날 4.41% 상승 마감했으며 21일로 예정된 GS건설의 실적 발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외국인은 IT · 자동차주에 대한 애정도 아낌없이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은 특히 삼성전자를 올해 3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보유 비중을 작년 말 43.0%에서 46.4%로 끌어올렸다. LG전자 비중도 22.8%에서 25.5%로 늘어났고 이 밖에 삼성전기(9.0%→12.5%) 하이닉스(12.4%→15.4%) 삼성SDI(11.3%→13.6%) 등 IT주 지분을 확대했다.

현대차에 대해서도 9100억원을 순매수하며 26.5%에서 32.3%로 지분을 크게 늘렸고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도 1~3%포인트 비중을 끌어올렸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이 세계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는 국내 주식들이 외국인에 매력적인 종목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며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데 반해 원화는 아직 약세에 머물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포스코 주식을 1조7000억원어치 순매수해 보유 비중을 4.5%가량 높였고,상품 관련주인 고려아연 지분은 무려 11%포인트나 확대했다.

이 밖에도 신세계 제일기획 LG생활건강 웅진코웨이 코리안리 등 내수주에 대한 비중을 함께 늘린 점도 눈길을 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대형 IT 부품주의 지분을 대폭 늘렸다. LG전자 소니 등에 음향 관련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에스텍의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해 38.6%에서 47.3%로 급증했다. 또 삼성전자의 휴대폰 협력업체인 인탑스 비중도 16.7%에서 25.4%로 크게 확대했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은 경기 회복 직전에는 대형주에,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는 시기에는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관련 중소형주를 집중 매수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외국인 매수 상위 종목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1500선에 올라서면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3배 정도로 가격 매력이 떨어지는만큼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크게 약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도 염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진형/조재희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