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남의 땅을 점유,소유권을 갖게 됐지만 등기를 못한 상황에서 땅주인이 바뀐 경우 이때를 기점으로 다시 20년 이상 그 땅을 점유했다면 땅주인이 몇 번 바뀌었더라도 점유자가 소유자라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김모씨(48)가 손모씨(76)를 상대로 제기한 점유토지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손씨는 1961년부터 경남 밀양 삼문동 소재 토지 54㎡를 텃밭으로 점유 · 사용해 왔고,이 땅 소유자는 기존 A씨에서 1982년 B씨,1988년 3월 C씨,같은 해 9월 김씨로 등기 이전됐다. 이에 김씨는 2005년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고,손씨는 "1961년부터 20년간 점유해 취득시효가 완성됐고 1982년부터 20년이 지난 2002년 2차 취득시효가 완료됐다"며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맞소송을 냈다. 민법 245조는 '소유 의사로 20년간 부동산을 점유한 경우 등기를 통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취득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취득시효가 지나기 전 등기부상 소유자가 바뀌었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점유 사실을 없앤 것으로 볼 수 없어 취득시효를 중단할 만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며 "시효 취득자는 명의상 소유주에게 시효 취득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 법리이며,2차 취득시효가 새로 시작돼 취득시효가 지나기 전 등기부상 소유자가 다시 변경됐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이는 "취득시효가 완성된 후 소유자 변동 시점을 다시 취득시효 기산점으로 삼아 2차 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려면 그 기간 등기명의자가 동일하고 소유자 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바꾼 것이다. 신동훈 대법원 공보판사는 "장기 토지 점유자에게 시효 취득의 인정 범위를 넓혀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1981년 취득시효가 완성됐다 해도 손씨가 등기를 하지 않은 사이 새로 소유권을 취득한 김씨를 상대로 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원고승소 판결했고,2심은 "2차 취득시효를 주장하려면 그 사이 등기명의가 동일하고 소유자 변동이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마찬가지로 판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