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1988년 1월부터 1996년 6월까지 8년6개월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동호동락(同好同樂)'을 '新동호동락'이란 타이틀로 새롭게 연재합니다.

'동호동락'은 기업,학교,지역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같은 취미활동을 하는 동호인들의 모임을 소개해 독자들과 가깝게 호흡하는 지면을 만들기 위해 마련된 코너입니다.

특히 '新동호동락'은 시대변화에 맞춰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동호회도 적극 발굴해 그 지평을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바랍니다.

지`난 7일 아침 필리핀 세부의 모알보알의 제임스 다이브 리조트에서 그토록 고대하던,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인 고래상어를 만난 감격적인 해외 다이빙 투어를 마치고 인천공항에 내렸다. 서울행 리무진버스에 몸을 싣고 등받이에 깊이 몸을 뉘자마자 다시 또 다이빙하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널찍한 리무진 버스의 좌석이 주는 안락함이 다이빙을 하면서 물속에서 느끼는 편안함을 연상시킨 탓일까. 사실 고래상어와의 조우가 바로 하루 전 일인데 또 다시 바다가 그리워졌다. "하늘을 날라다니는 항공사 직원들이 되레 바다 속 풍경에 빠져들다니…".

이런 모든 즐거운 경험과 상상들은 우리 회사 스쿠버다이빙 동아리인 'Seamans Club'이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필자가 2000년 입사하면서 그 해 가을 가입한 Seamans Club은 1991년 처음 결성돼 현재 5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며,회원들 중 상당수가 스킨스쿠버 다이버 자격증을 갖고 있다.

동호회는 매년 초 제주도에서 개해제(開海祭)를 가지는 것으로 한 해의 활동을 시작한다. 산악인들이 시산제(始山祭)를 하는 것처럼 한 해 동안 동호회 활동이 탈 없고 즐겁게 이루어지길 기원하면서,얼음 같이 차가운 겨울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이 개해제를 시작으로 봄과 여름 사이 정기 해외투어 겸 교육,여름휴가철 말미에 동해바다서 교육과 함께 단합대회도 한다. 가을과 겨울에 직원 및 가족들을 대상으로 해외 체험다이빙투어를 각각 한차례씩 진행한다.

여러 회원들과 함께 스쿠버다이빙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회원들 중에는 유독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이런 회원의 특성은 수중에서 가이드가 뭔가 볼만한 생물을 발견해 일행들을 불러 모으면 거의 총알같이 달려들어 제일 먼저 직접 눈으로 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다 보면 자칫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다른 다이버는 그 물고기나 생물들이 더 깊이 숨어버려 정작 아무것도 못 보는 경우가 있는데,어떤 회원은 다이빙 후에 무엇 무엇을 봤냐고 물어보면 그 호기심 많은 회원 엉덩이만 보다 나왔다고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해 모두를 웃게 만들기도 했다.

또 하나는 필리핀에서 다이빙 할때의 일이었는데,통상 거북이는 사람이 다가가면 일정 거리 밖으로 도망 가는데,이곳 거북이는 사람이 다가가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되레 산호의 부드러운 부분을 입에 가져다 대면 이걸 받아 먹기까지 했다. 이 광경을 본 회원들 중 다이빙 경험이 많지 않은 회원들은 거북이를 물 속에서 처음 본 것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직접 먹이를 주는 경험까지 더하자 그 놀라움과 짜릿함에 어찌나 괴성을 질러댄다.

스쿠버다이빙은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동호회에 신입 회원이 들어오면 먼저"스쿠버 다이빙은 위험을 동반한 스포츠"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 위험이 어떤 것들인지,어떻게 하면 그 위험을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 먼저 교육을 하고,그 후에 수영장 교육 및 바다 교육 등을 한다. 또 높은 수압에서 활동하게 되는 스쿠버 다이빙의 특성에 따른 신체의 변화 및 관련 위험이나 질병도 충분히 교육을 해야만 안전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다.

이제 고래상어와 함께 한 해외 다이빙 투어의 흥분을 잠시 접어두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마음 한 켠에는 우리 회원들과 함께 다시 한 번 고래상어와 함께 유영하는 그 순간을 고대해본다.

/ 윤선범 Seamans Club회장 (아시아나항공 운항기술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