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스웨덴 SPA브랜드 H&M에게 콜라보레이션(협업) 러브콜을 받은 최초의 동양계 디자이너.'

국내 디자이너를 거론하면 좋겠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의 얘기다. 그는 요지 야마모토와 함께 1981년 파리 컬렉션에 초대 받은 최초의 외국인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이름보다는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이란 브랜드가 익숙하다. 일본 브랜드지만 '소년 같은'이란 뜻을 지닌 프랑스어에서 따왔다.

가와쿠보는 1969년 도쿄에서 꼼데가르송을 론칭,1970년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1981년 파리에서 블랙과 해진 옷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뷔쇼로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로 발돋움했다. 꼼데가르송은 30년 가까이 '일본식 아방가르드 패션'을 고수하며 전 세계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가와쿠보는 찢어지거나 구겨진 비대칭 디자인,압도적인 블랙 등 당시 '옷은 섹시하고 컬러풀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여성복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옷은 '하나의 예술작품''검정의 충격' 등으로 불리며,심지어 '까마귀족'이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일본 디자이너답게 가와쿠보의 옷에는 언제나 동양의 신비가 담겨 있다. 15개 라인의 남녀 컬렉션과 향수 등을 출시하고 있지만 그만의 독특한 감수성을 담은 제품을 입고 싶다면 그가 혼자서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는 여성복 꼼데가르송 라인을 선택하면 된다. 치밀하게 계산된 '기이한 디자인'은 항상 개성 있는 패셔니스타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최근 꼼데가르송 마니아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바로 특별 프로젝트로 마련한 '블랙 꼼데가르송'이다. 기존 컬렉션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스타일을 블랙 컬러로 재현해 내놓은 특별상품이다. 가격도 기존 제품보다 50% 저렴한 수준이라 그동안 도전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단 '블랙 꼼데가르송'은 기존 매장이 아닌 제3의 공간에서 판매된다. 일본 내 6곳과 런던 도버스트리트마켓,뉴욕의 10th 에비뉴,홍콩 코즈웨이 베이,서울 청담동 등 세계에서 단 11개 프로젝트 매장에서 18개월 동안만 선보인다. 국내에선 지난 15일부터 청담동 분더숍에서 재킷,팬츠,가방 등 32가지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