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문제는 정부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요. 기업들이 은퇴 준비나 재취업 등을 위한 노후설계 교육을 강화하거나 정년을 연장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2013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노년학회는 노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한층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

지난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노년학회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67)은 노인문제 해결에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50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들어진 세계노년학회는 노인 문제와 관련된 유일한 유엔 민간자문기관으로 전 세계 64개국에서 4만5000여명의 노인 문제 전문가와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생물학 생명과학 의학 심리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의 여러 학문이 복합된 노인학과 관련한 가장 권위 있는 학회로 통한다.

차 전 장관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2013년부터 세계노년학회장을 맡게 된다. 그가 회장이 될 수 있었던 데는 2013년 열리는 제20차 세계노년학대회를 서울에 유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세계노년학대회는 1978년 일본 도쿄 이후로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한번도 열리지 못했기에 서울 개최는 큰 의의가 있습니다. 미국 홍콩 등과 경합을 벌였는데 개발도상국에서의 노인문제 이슈를 제기하면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이끌어 냈죠."

그는 정식 회장이 되면 개발도상국의 노인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령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늘어나고 있는 치매 노인을 위한 대책을 만드는 것 등이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에 비해 아무래도 노인과 관련된 정책 등의 수준이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국내 노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책의 내실화를 좀 더 이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 정책의 제도적인 틀은 갖춰졌지만 그 내용이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 제도가 있긴 하지만 아직 못 받는 사람들도 있고 또 액수가 적어서 노후 보장이 안 되기도 합니다. 건강보험도 사각 지대가 많이 존재하죠.이런 부분들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

차 전 장관은 특히 기업들이 노인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후는 개인이 대비하고 또 정책이 이를 지원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나설 때 실질적인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은 이미 저출산 및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죠.지금 같은 추세라면 20년 후에 한국 인구의 25%가 65세 이상 노인이 됩니다. 정부나 기업이나 20년 정도는 내다보고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노인들의 일자리를 보장해 값진 경험과 경륜을 활용해야 합니다. "

차 전 장관은 지난해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 직에서 정년 퇴임했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세계노년학회장에까지 당선된 비결도 털어 놨다.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관심 있는 분야를 갖고 손에서 일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1970년대 중반 당시 복지부에서 노인복지 정책을 맡는 사회과장을 한 것이 인연이 돼 아직까지 노인 문제에 매달리고 있으니까요. "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