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내년 이후로 예상됐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라인 증설 시점을 올해로 앞당긴 이유는 뭘까.

LCD TV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 현재의 시설만으로는 TV 메이커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LCD 업계 1위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회사의 자존심 싸움도 적잖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놓은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두 회사가 벌이고 있는 1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알 수 있다. 양사 모두 자사가 LCD 패널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단 면적을 기준으로 한 순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앞선다. 이 회사의 2분기 기준 대형 LCD 시장 점유율은 25.2%로 24.6%의 삼성전자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기준을 매출로 바꾸면 삼성전자가 우위에 있다. 삼성전자가 가격이 비싼 고급제품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다. 지난 5월 삼성전자(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매출 포함)의 LCD 매출은 15억2800만달러로 12억6000만달러에 그친 LG디스플레이를 앞섰다. 생산 능력 차이도 근소하다. 삼성전자는 한 달에 265만7000㎡를,LG디스플레이는 240만6000㎡의 LC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생산량 증설 경쟁은 8세대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유리기판 투입 기준 월 13만장 규모의 8-1세대 라인의 가동에 들어갔다. LG디스플레이가 반격에 나선 것은 올해 3월이다. 한 달에 8만3000장의 생산 능력을 갖춘 8세대 라인을 돌리기 시작한 것.생산 능력 1위는 지난 5월에 다시 뒤집혔다. 삼성전자가 8-2세대 라인을 추가하면서 생산량이 2만5000장가량 늘린 것이다. 8-2라인은 현재 생산량을 높이는 램프업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이 라인의 생산량은 월 6만장으로 확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올해 하반기 추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 내년 초 시장 주도권은 LG디스플레이로 넘어갈 공산이 큰 상황"이라며 "세계 1위를 향한 양사의 경쟁은 갈수록 피를 말리는 싸움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