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으로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 20위 은행 CIT그룹의 생존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CIT그룹 파산시 막대한 파장을 우려해 구제금융 지원을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미 재무부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CIT그룹에 대한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같은 지원 논의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유럽을 방문 중인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우리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CIT 파산위기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FDIC의 보증 아래 CIT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CIT가 자산을 모회사에서 은행 자회사로 이전하고 다양한 정부 프로그램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CIT는 지난해 12월 정부로부터 23억3000만달러를 지원받은 바 있다.

미 정부는 그동안 CIT 구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CIT는 신용시장 경색에 자금 사정이 악화되자 FDIC에 지속적인 채권발행 보증을 요청해 왔으나 거절당했다. 미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방향으로 선회한 데는 CIT 파산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한 탓으로 풀이된다. CIT는 중소기업 · 소상공인 대출 전문 금융사로 700여개의 제조업체와 3만여개의 유통업체를 비롯해 총 95만여 기업 및 개인들이 거래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상황이 어려운 미국 내 중소기업 · 소상공인들에게 CIT의 파산은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스코트 맥도날드 알라딘 자산운용 리서치 부장은 "CIT가 파산할 경우 내년 중간선거에서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크게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데 CIT는 이를 실행할 핵심 금융사 중 하나다. WSJ는 CIT 지원에 소극적인 FDIC에 대해 재무부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1.35달러로 장을 마감한 CIT 주가는 정부 지원 논의가 알려지면서 시간외거래에서 25% 상승한 1.69달러에 거래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CIT가 현재의 위기를 넘긴다 해도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금이 아닌 채권이나 기업어음 등 도매금융 시장에 의존하는 CIT의 자금조달 구조 때문이다. CIT가 상환해야 할 자금은 올해 27억달러,내년 100억달러에 이르지만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장상황이 악화되면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CIT그룹의 부채 규모는 3월 말 현재 680억달러다.

한편 전문가들은 CIT와 같은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GE캐피털이 현재 FDIC가 운영하는 한시적 유동성 보장프로그램(TLGP)이 없다면 CIT와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GE캐피털이 TLGP로 조달한 금액은 현재 460억달러에 달한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