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54) 축구 대표팀 감독은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은 확정했지만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K-리그 경기장을 직접 찾아 대표팀 선수로 뽑을 만한 국내파들의 기량과 컨디션을 직접 점검하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부터 대표팀을 이끌어 왔지만 허 감독에게 대표팀 선발 작업은 절대 만만치가 않다.

추가로 단 1명을 뽑더라도 정해성 수석코치와 박태하, 김현태 코치 등 코치진과 열띤 토론과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한다.

대표팀 선발은 한국 축구 대표팀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를 직접 고른다는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 한 축구 선수의 인생까지 바꿔놓을 수 있어서다.

한국이 A매치를 치르기 전 허정무 감독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허 감독은 한 번 뽑았다고 해서 계속 대표팀에 선발하는 것도 아니다.

경쟁을 유도해야하고 포지션별로 더 나은 선수가 있는지 항상 비교하고 분석해야 한다.

허 감독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선발 기준 1순위로 경기력과 팀 조화를 꼽았다.

그는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팀플레이에 녹아들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라 해도 팀에 녹아들 수 있는지 팀에 맞는 선수인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대표팀에 연세대 출신이 누가 있나요"라고 되묻기도 한 그는 "학연과 지연은 절대 안 따진다. 앞으로도 이런 원칙은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연세대 출신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지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 나선 대표팀 선수 명단 24명을 살펴봐도 연세대 출신은 1명도 없었다.

그러면서 허 감독은 "나뭇가지 한 개는 그냥 부러지지만 10개면 안 부러진다. 이게 조직력의 힘"이라고 팀의 화합을 거듭 강조했다.

물론 "대표팀은 코치진과 논의, 객관적 토론을 통해서 뽑는다. 많이 맞는 편이다. 엉뚱한 일이 생기진 않는다. 박지성에게 대표팀 주장을 맡긴 것도 논의를 거쳐 정한 것이다"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허 감독이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은 정신력.

그는 "투쟁력은 기본 필수 사항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프로정신과 함께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선수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팀을 위해 희생하고 도움되는 선수라면 당연히 원하고 그런 선수들이 많을수록 팀은 더욱 강해진다"고 했다.

특히 허 감독은 유럽축구와 한국축구를 비교해 K-리그 선수들의 더욱 적극적인 투지를 주문하기도 했다.

허 감독은 "유럽 빅리그에 뛰는 선수들은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 눈빛부터 다르다"면서 "죽을 힘을 다해 뛴다. 하지만 우리는 안 그렇다"고 했다.

다만 허 감독은 "박지성과 이영표는 몸으로 터득했다"면서 둘의 활약은 예외로 인정했다.

허 감독은 또 대표팀 발탁 논란이 이는 이동국(30.전북)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이동국은 잘 뽑으면 보약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독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에 잘 적응하고 본인 기량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허정무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표팀에 뽑히고도 정작 적응하지 못한다면 이동국 자신에게도 불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허 감독은 "이동국은 (한국축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선수다. 서른이 많은 나이는 아니다"면서 "황선홍도 1990년, 1994년 월드컵 때 얼마나 많은 욕을 먹었나. 하지만 2002년에는 영웅이 됐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누구는 밉다라는 선수는 없다. 좋은 선수가 되길 바라고 잘 커 나가길 기대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밖에 허 감독은 내달 12일 파라과이와 평가전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는 아니다. 선수를 파악할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또 내년 초 유럽에서 전지훈련을 원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유럽팀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평가전을 치러 0-5 패배를 당하더라도 강팀과 자주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