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성 댄스 가수가 TV 시청자의 얼굴 바로 앞으로 손을 뻗는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속 방울뱀이 발 밑에서 혀를 낼름거린다. 사극 속 장수가 적장을 향해 휘두른 창이 화면 밖으로 불쑥 튀어나온다.

일반 공중파 방송을 3차원 화면으로 볼 수 있는 TV가 나온 이후를 상상한 것이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누구나 이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공중파를 3차원 영상으로

LG전자는 12일 별도로 특수 제작한 고글을 쓰면 공중파를 입체 영상으로 볼 수 있는 3D TV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테스트 기간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이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파워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LED TV 설명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에게 차세대 3D TV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며 "2차원 영상을 3차원으로 전환하는 세부 기술을 조율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별도로 제작한 3차원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3D TV는 지난해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3차원 TV가 대중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입체 영상을 보기 위해 3D TV와 별도로 제작한 3차원 콘텐츠를 한꺼번에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3차원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도 3차원 TV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일본 방송사 BS1이 시험적으로 내보내는 3차원 채널 테스트용으로 제작한 소량의 3차원 DVD 타이틀이 현재까지 나와있는 3D 콘텐츠의 전부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년부터 영화사와 게임업체들이 3D 콘텐츠의 제작을 늘릴 계획이지만 이를 믿고 기다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3차원 TV의 빠른 대중화를 위해 2차원 공중파를 3차원으로 바꿔주는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차원 공중파 영상을 3차원으로 변환할 경우 별도로 제작한 3D 콘텐츠를 재생하는 것보다 입체감이 떨어진다"며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이 제품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TV 프로그램 제작방식도 달라진다

'공중파 3D TV'로 입체 영상을 보려면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공중파 영상을 해체했다가 재조립하는 기능을 하는,복잡한 전자장비가 부착된 고글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반 3D TV보다 비싼 가격이 매겨질 전망이다.

공중파 3D TV가 널리 보급되면 방송국의 TV 프로그램 제작방식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3차원 TV를 시청하는 소비자들이 좀 더 생생한 입체 화면을 즐길 수 있도록 카메라의 움직임 등을 조절하고 영상의 전개속도도 한 층 빨라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결국 모든 TV들이 3차원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내년을 기점으로 3차원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디스플레이 제품이 쏟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