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드림걸즈' 히트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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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100억원 뮤지컬 무모하다고 했지만, 그들이 틀렸다"
'Who is Mr.Shin?' 요즘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제작자들 사이에서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42)가 '뉴스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미지의 동양인 프로듀서(PD)가 할리우드 히트 영화 '드림 걸즈'의 판권을 사들여 새로운 스타일의 글로벌 합작 뮤지컬을 성공적으로 데뷔시켰기 때문이다. '드림 걸즈'는 한국과 미국 측이 자본과 기술력을 보태 만든 뮤지컬로 시험 무대인 한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경제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월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막을 올린 '드림 걸즈'는 평균 객석 점유율 81%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관람객 15만명을 돌파했다. 관람객이 늘어나면서 폐막일을 오는 26일에서 다음 달 9일로 미뤘다. 오는 11월 '드림 걸즈'의 미국 역수출을 앞두고 있는 신 대표를 서울 역삼동 오디뮤지컬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났다.
▼'드림 걸즈'의 흥행 실적이 좋다.
"기쁘다. 마음 속 목표와 욕심은 더 컸지만,과학적으로 분석해 예상한 시장 규모와 거의 일치했다. 어려운 시기에 이 정도의 성과를 낸 것에 대해 뿌듯하게 생각한다. 남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하지만,그 말은 잘못됐다. 나는 지난 10년간 다른 뮤지컬 제작자들과 함께 '없는 시장'을 만들어 왔다. '드림 걸즈'도 그 과정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도 느꼈다. "
▼뮤지컬의 새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보통 공연물의 해외 공동 제작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자본만 대는 경우이고,두 번째는 기술력을 제공하는 경우이다. 이번 '드림 걸즈'의 공동 제작은 이 둘을 완전히 통합한 첫 사례다. 미국과 한국 출신의 프로듀서 두 명이 공동으로 기획하고,투자도 나눠서 했다. 아이디어 회의부터 모든 제작 과정을 함께했다. 투자자도 각각 끌어모아 수익을 분배한다. 순수 창작물로 브로드웨이를 뚫기 어려웠던 한국 입장에서는 세계로 나가는 문을 연 셈이고,미국 입장에서는 아시아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케이스다. '윈윈' 전략인 셈이다. 그동안 한국 프로듀서들이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을 한국에서 공연하고 로열티를 지급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
▼이번 공연에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은 과다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7개월간 한국 초연에 투입된 제작비가 총 600만달러(95억~100억원)였다. 우리(오디뮤지컬컴퍼니) 측이 150만달러(22억원)를 투자했고,미국 비엔나 웨이츠 프로덕션 측이 나머지 450만달러(70억원)를 투자했다. 오디 측은 수익금(투어 공연 포함) 중 30~40%를 배당받는다. 제작자인 나는 일정액의 로열티를 따로 지급받는다. 내가 초연 무대를 제작했기 때문에 미국 공연에서 무대 렌털비로 매주 1만9000달러씩 받도록 돼 있다. 관람객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패널로 만든 무대 장치는 전 세계 어디서나 초연 때 사용한 삼성전자 제품을 그대로 써야 한다.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
▼브로드웨이와 한국의 제작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
"한국에서 제작자는 '막강 권력'이다. 제작에 관련된 모든 일 하나 하나에 '상명하달'이 통한다. 미국 제작자들은 스태프들에게 책임뿐만 아니라 권한을 완전히 넘겨 주고 전혀 개입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루는 배우들이 연습하는 데 들어가서 '나 보는 앞에서 지금까지 한 걸 해 봐라'고 했다가 난리가 났다. '제작자가 이렇게 간섭할 거면 차라리 날 해고하라'며 반발했다. 미국에선 대부분 작품이 장기 공연이나 오픈 런 형태로 진행되는데,그게 가능한 것도 이런 차이 때문인 듯싶다. 스태프들이 저마다 책임감을 갖고 회를 거듭하며 자율적으로 완성도를 높여 간다. "
▼장기간 미국 투어를 떠날 계획인데 그쪽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오는 11월 미국 뉴욕의 아폴로시어터를 시작으로 1년6개월간 16개 도시를 순회 공연한 뒤 2011년 6월 브로드웨이로 입성할 계획이다.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순회 공연을 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브로드웨이가 불황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만 2007~2008년 시즌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5000만달러 늘었다고 한다. 미국 공연 사상 처음으로 선보이는 LED 무대가 있고,흑인 음악 비중이 높은 게 '드림 걸즈'의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흥행에 자신 있다. "
▼'드림 걸즈'를 비롯해 '지킬 앤 하이드''올슉업''그리스''맨 오브 라만차' 등 오디의 대표작들이 흥행한 비결은.
"'드림 걸즈'는 원작의 유명세를 등에 업은 화려한 무대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고 판단한다. '올슉업''그리스' 등은 귀에 익은 노래가 나와서 관객들을 신나도록 한 게 성공 요인이었다. '지킬 앤 하이드''맨 오브 라만차' 등은 고전을 배경으로 볼거리를 줬다.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를 사용한 주크박스 뮤지컬 '올슉업'은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으로 2년5개월 만인 9월에 재공연할 계획이다. "
▼'지킬 앤 하이드'에서 조승우를 캐스팅해 대박을 낸 이후 '스타 캐스팅의 원조'로 불린다. 배우를 고르는 기준은 뭔가.
"조승우를 스타 캐스팅이라고 하면 억울하다. 뒤바뀐 거다. (웃음) 조승우가 '지킬 앤 하이드'에서 공연하고 있을 때 그가 주연한 영화'말아톤'이 흥행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오히려 신인을 발굴하는 게 내 장기 중 하나다. 나는 조정석,엄기준,김무열,류정한 등의 자질을 초창기에 알아봤다. 류정한의 경우 백지 상태의 그저 노래 잘하는 성악 싱어였지만 '지킬 앤 하이드' 개막 공연에서 1000명의 관객들을 기립하게 만들었다. 스타 캐스팅이 일정 부분 장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다듬어지지 않은 신인 배우를 믿고 기다리며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건 굉장한 기쁨이다. "
▼큰 작품을 한 이후 지난주에는 대학로 소극장에 창작 뮤지컬 '웨딩펀드'를 올렸는데.
"소규모 예산으로 만들었지만 제작 과정은 대형 뮤지컬처럼 힘들었다. 첫 공연 때 낯뜨겁고,실수가 눈에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중적인 코드를 찾아내는 게 내 과제라면 어디서 웃고 어디서 감동하는지 찾아내는 데는 소극장 공연이 제격이다. 중소 규모 뮤지컬이 많이 나와야 국내에서 좋은 배우,탄탄한 창작 인프라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 좋은 작품을 자꾸 만들고 처음엔 흥행 못하더라도 다듬어 나가야 한다. "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영화감독은 아직도 꾸고 있는 꿈이다. 내년에 정식 데뷔하고 싶다. 겨울부터는 글쓰기에 본격 들어간다. 서울예대 영화과 재학 시절 시나리오를 여러 편 썼다가 번번이 떨어졌지만 충무로에서 영화 '비오는 날의 수채화' 조감독을 하기도 했다. 당시 10년간 조감독을 거쳐 감독이 되는 과정이 너무 긴 것 같아 공연으로 전환했다. 20대 초반에 친구들과 기획사를 차려 세 편의 공연을 올리고 망해 3년간 빚을 갚아야 했다. 그러다가 설도윤 대표('오페라의 유령' 제작자)에게 공연 제작에 대해 본격 배웠다. "
▼에너지가 넘친다. 그 원천은 무엇인가.
"미혼이라 자유로워서?(웃음) 일을 놓아도 아프고,일을 할 때도 늘 고통스럽다. 그런데 그 힘든 순간마다 새로운 꿈을 꾸면서 이겨 낸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의 설렘과 긴장이 너무 즐겁다. 마흔 살 넘어 이런 사생활 얘길 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자유로운 분위기와 음악 듣는 게 좋아 주말에 클럽을 가기도 하고 여행도 즐긴다. "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