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전 한국 땅을 밟았을 당시 제 주변에 한국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평화봉사단이 한국 사회와 문화,역사를 깊이 이해한 첫 세대라고 할 수 있죠.한국의 평화봉사단 여러분도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

충청남도 공주고등학교에서 3년간(1966~1969년) 영어를 가르쳤던 미국인 찰스 골드버그씨(Charles Goldberg · 65)는 10일 당시 생각이 아련히 떠오르는 듯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서울 염곡동 해외봉사단 훈련센터에서 1960~1980년대 한국에서 근무한 미국 평화봉사단원(Peace Corps)과 가족(57명)을 초청,한국 해외봉사단원들과의 만남을 주선한 자리에서다.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영어 교육과 직업훈련 등 봉사활동을 한 미국 평화봉사단원은 2000여명.당시 한국을 거쳤던 대부분의 미 봉사단원은 모든 것이 낙후된 이땅에서 자신들의 가르침보다 더 많은 소중한 것들을 깨달았다고 믿고 있다. 전라북도 익산 남성중학교에서 1970년부터 2년간 영어 선생님으로 근무한 잭 누점씨(Jack Nuzum · 61)는 "당시 학생과 학부모들이 '우리가 너무 가난해서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다'며 미안해하면서 고구마와 옥수수 등을 매일 쪄서 가져와 함께 맛있게 먹던 기억이 난다"며 "한국 사람들이 미국인들보다 정(情)이 많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 평화봉사단원들은 국내 통합 해외봉사단인 '월드프렌즈코리아(World Friends Korea)' 단원들에게 "한국보다 어려운 나라에 가서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으면 한다"며 "그 나라 국민들이 언젠가 '한국은 좋은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가교(架橋) 역할을 해달라"고 조언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원호 이사 등 코이카 임직원 10명과 해외 파견 예정인 국내 봉사단원 120명 등이 자리했다. 지난 5일 방한한 미국 평화봉사단원들은 11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