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싱글족'이 산업 전반에 '블루 오션'을 만들어내고 있다. 식품,외식은 물론 가전,가구,대행업,호텔 · 여행 등에 이르기까지 싱글족을 불황 돌파구로 삼을 정도다. 특히 20~30대 '골드미스'처럼 경제력을 갖춘 싱글족들은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아 이들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는 20~30%씩 급신장하고 있다.

소용량 · 소형은 불황 무풍지대

싱글족의 증가는 대형마트의 상품구성(MD)부터 바꿔 놓았다. 대형마트는 원래 제품을 대용량으로 포장해 싸게 파는 게 주된 판매 형태였지만 요즘엔 소용량 · 소포장 상품들이 넘쳐 난다.

이마트는 1~2인용 신선식품과 소용량 식품을 한데 모은 '미니미니존'을 싱글족이 많은 여의도,청계천 등 4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다. 미니 참기름(55㎖),미니 케첩(65g) 등의 상반기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 최병용 이마트 상무는 "소용량 상품은 5~10% 비싸지만 단기간에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990원 균일가인 소용량 '990야채'는 출시 석 달 만에 600만개가 넘게 나갔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부터 계산대 옆에 소용량 과자 · 소시지 · 만두 등 30여 품목을 한데 모은 '미니 상품존'을 따로 구성했다. 이 중 '샐러드와 간편 야채'는 최근 한 달 매출이 30%나 신장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말까지 미니 상품을 70여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불황으로 고전하는 가전 · 가구도 소형 제품만은 예외다. 하이마트에선 일반 냉장고 용량의 4분의 1 정도인 150ℓ미만 소형 냉장고의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30% 늘었다. G마켓에선 1인용 침대인 '접이식 라꾸라꾸 온열 침대'(13만9000원)의 상반기 판매량이 26% 늘었다. '접이식 슈프림 1인 소파'(4만1900원)는 한 달에 2500여개 이상 나간다.

온라인몰에서 1인용 가구가 인기를 끌자 오프라인에도 '싱글용 가구점'이 등장했다. 신사동에 있는 인테리어 전문점 '폴리엠'은 접이식 소파,티테이블 등 1인용 가구만 판매한다.

1인용 피자 배달도 등장

외식 · 서비스업체들의 화두도 '싱글족'이다. 피자헛은 매장에서만 팔던 1인용 미니피자의 배달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이승일 피자헛 대표는 "혼자서 집에서 피자를 먹는 수요가 늘어 1인용 피자세트 배달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커피는 싱글족들을 겨냥해 모든 매장의 좌석 중 10~20%를 1인석으로 만들고 도서를 비치했다.

일본 전통 라멘집인 '이찌멘'은 '나홀로 식사족'을 위한 독특한 시설과 판매방식을 갖춰 눈길을 끈다. 식권판매기에서 계산을 하고 독서실 같은 자리에 앉으면 앞 커튼이 열리면서 주문한 라멘이 나와 조용히 라멘을 먹을 수 있다. 또 신촌 '고기촌플러스바'는 탁자 길이를 늘려 바 형태로 만들고 탁자에 작은 철판을 설치해 혼자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싱글족들의 가사 부담을 덜어주는 생활지원형 대행사업도 성업 중이다. 잔심부름 전문 대행업체 '라이프매니저'는 설거지,청소,장보기 등 집안일부터 관공서 민원업무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없거나 하기 힘든 일을 대신 해준다.

싱글족 마케팅 한창

싱글족을 위한 금융상품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한생명이 내놓은 싱글족 전용 보험인 '싱글라이프보험'은 일반 보장기능에 장기주택마련저축 가입시 보험료를 할인해 주고 결혼정보업체 '듀오'에 가입하면 이용료를 깎아 준다. 국민은행 '명품여성통장'도 수수료에 민감한 젊은 싱글족 여성을 위한 상품이다.

백화점들은 구매력이 높은 싱글족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에서 20~3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전문 코디네이터가 고객을 따라다니며 의류,액세서리,화장품 등을 골라주는 '코디바'를 운영한다. 이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오피스타운이 형성돼 있는 목동점에도 코디바를 도입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싱글족을 위한 애인 생기는 인테리어' 등의 문화강좌를 개설했고,건대 스타시티점에선 혼자 영화를 보는 싱글족을 겨냥해 12일까지 5만원이상 구매 고객 1000명에게 롯데시네마 관람권 1장을 준다.

호텔들도 싱글족 전용 패키지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의 '서머 밸런스 패키지'(30만원),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 '슬림'(25만5000원)은 객실 1박과 함께 조식,스파 등을 혼자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장진호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싱글족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로 경제활동 인구와 사회 이동성이 늘어나고 결혼 규범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것이 원인"이라며 "싱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는 불황을 이겨내는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송태형/강유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