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그늘이 길게 드리운 미술관이나 화랑에 낮이면 고요한 미감이 흐른다. 그림 감상은 휴가지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즐거움이다. 올 여름엔 휴가비 부담은 줄이고 추억은 배로 만들어 줄 '오감'여행을 떠나볼까.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자리잡은 구삼미술관을 비롯해 금산갤러리,아트팩토리,한길아트스페이스&북하우스갤러리 등 화랑 4곳은 오는 17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바캉스 시즌에 맞춰 '아트로드 77'이라는 이름으로 공동 기획전을 펼친다.

서울과 파주 임진각을 잇는 77번 국도인 자유로를 예술벨트화하는 첫 프로젝트인 이번 전시에는 서양화가 손장섭 · 안창홍씨(구삼미술관)를 비롯해 김근중 · 박효정(금산갤러리),신하순 · 한생곤(아트팩토리),노원희 · 이종구(한길아트스페이스),이태호씨(아트스페이스) 등 40~70대 작가 9명의 작품 100여점이 5개 전시장에 나눠 걸린다. 피서를 즐기면서 국내 현대 미술의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02)568-5644

강원도 영월 동강 일대에서는 대규모 사진전이 열린다. 영월군이 주최하고 동강사진마을운영위원회(위원장 김영수)가 주관하는 동강사진축제는 2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내달 23일까지 동강사진박물관(국제사진전),학생체육관(이상일 개인전),문화예술회관(강원도 사진작가 초대전) 등에서 다채롭게 진행된다. 특히 '마스크(Masks)-가면을 쓴 사람들'을 주제로 한 국제사진전에는 스타 사진 작가 만레이를 비롯해 신디 셔먼,발레리 블랭,소피 칼,로랑스 드매종,구본창 등 국내외 작가 40명의 작품 80여점을 만날 수 있다. (02)3674-1006

리조트 시설에 마련된 전시장도 휴가를 앞둔 직장인들을 '손짓'한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는 '사랑하는 아이방에 어울리는 그림'전을 통해 아이도,어른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이들이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고 싶은 그림 고르기 행사를 비롯해 장식품 만들기,미술관 공간 체험전 등이 열린다. 또 극사실주의 및 디지털리얼리즘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한영욱씨를 비롯해 최경문,최정혁,이은,김샨,이아영씨 등 6명의 작품 30점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획전도 마련된다. (02)3777-2109

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가 민간투자 방식으로 181억원을 들어 제주시 연동 '신비의 도로' 인근 3만9000여㎡의 부지에 설립한 도립미술관은 '환태평양의 눈'이란 주제로 '숨비소리'전을 비롯해 '제주미술의 어제와 오늘''세계어린이환경미술제''바다를 닮은 화가 장리석'전을 열고 있다. (064)710-4300

이 밖에 경기도 용인 백남준미술센터에서는 작년 9월 백남준아트센터 개관 이후 두 번째 기획전 '신화의 전시-전자 테크놀로지'전,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선 문명미-이상윤의 2인전 '낭만상상'전이 각각 열리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