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8일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투기 · 탈세 의혹과 세무행정에 대한 전문성 등을 집중 추궁했다. 백 후보자는 여러 의혹을 차분하게 해명하면서 국세청 개혁 방향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백 후보자 "외부감독위는 옥상옥"

백 후보자는 이날 "(국세청이) 개혁 대상이라는 표현은 조금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국세청 조직이 변화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에서 강요된 쇄신과 개혁보다는 내부 공감대와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는 국세청 중심의 점진적인 개혁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외부 인사가 국세청장에 내정되면서 향후 강도 높은 개혁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상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국세청 개혁안의 핵심인 국세청 외부감독위원회 설치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백 후보자는 외부감독위원회 대신 내부에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국세행정위원회를 두겠다며 이곳에서 △국세행정 운용방향 △감사 · 감찰 △세무조사 기본원칙 수립 △납세자 권익보호 등의 업무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청와대 국세행정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선 직원들의 비리를 감독할 외부위원회 설치를 고려했었다.

지방청 폐지 및 일선 세무서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백 후보자의 의중이 많이 반영될 국세청 개혁 최종안의 강도가 예상보다 많이 약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백 후보자는 "필요하면 제도를 바꿔 나가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관장의 마음가짐"이라며 "청장을 포함한 간부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무조사와 관련, "대(大)법인 같은 경우 4년이면 4년, 5년이면 5년 단위의 순환주기 조사 방식을 도입해 정기적으로 조사가 이뤄진다는 신호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집중 추궁

민주당 의원들은 강남 소재 아파트 2채 등 30억원대 재산을 신고한 백 후보자를 상대로 부동산 투기 · 탈세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다운계약서(실제보다 낮은 가격으로 작성한 계약서)'를 통해 거액의 부동산 양도소득세 및 취 · 등록세를 탈세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주승용 의원은 "1981년 이후 현재까지 12번 주소를 이전했고,미국유학 시절에도 주소가 3번 바뀌는 등 투기 의혹이 있다"고 따졌다.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도 "1995~2002년 백 후보자의 부동산 매입자금 14억원은 자금출처가 의심스럽다"며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백 후보자는 "아파트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매매하고 등기했다"면서 "땅 역시 공인중개사를 통해 나와 있던 대지를 샀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형호/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