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첫 존엄사를 맞이한 김모 할머니(77)가 15일째 자발호흡을 하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병원이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진료권고안’을 7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더욱 적극적으로 존엄사(연명치료 중단)를 확산시키기 위한 의지의 표명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도 서울대병원 안은 환자의 의사결정 능력을 최우선시했다.이에따라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분류하고 이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데 주력한 것이 특징이다.다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연명치료 중단 대상을 식물인간이나 사망임박 단계환자로 규정한 것에 비해 서울대병원 안은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동의한 말기환자까지 대상에 포함한만큼 해석에 따라 생명윤리 논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없지않다.

서울대병원 안에 따르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상황은 크게 4가지로 나뉘어진다.

우선 환자가 의식이 있고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했다면 환자가 희망하는 범위에 따라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부착 등의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 둘째로 환자가 의식을 잃는 등 연명치료 중단여부 의사를 추정할 수 없을 경우 사전의료지시서에 지정한 특정 대리인의 의견을 따를 수 있다.다만 환자의 의사결정 능력이 있고 사전의료지시서가 작성되지 않았을 경우엔 보호자 의료인 제3자가 입회한 가운데 대리인이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할 수 있다.

세번째는 환자의 의사결정 능력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의심스러운 경우,환자의 의사표시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경우,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지속적 식물인간상태인 경우 등에 대해선 담당의사와 전문의 2명이 병원 윤리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연명치료 중단여부를 판정하도록 한다.네번째는 김 할머니 사례처럼 영양공급만 이뤄진다면 비록 식물인간 상태에 있지만 연명기간이 오래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는 물론 영양공급 중단까지 포함한 연명치료의 중단 여부를 법원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번 권고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춰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 ‘최선의 이익’에 부합되고,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연명치료 중단을 선택했을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환자의 대리인이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그렇지만 연명치료 중단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자발적 호흡이 가능한 식물인간 상태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영양공급을 끊을 수도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자칫 안락사 논쟁을 부를 수 있는 소지도 안고 있다.이와 관련,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존엄사 기준은 사회적 법률적 합의에 따른다고만 기술해놨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권고안은 생명을 단축하려는 의도를 가지는 안락사,환자의 자살을 유도하는 의사조력자살은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특히 환자가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필요성에 대해 환자 및 보호자에게 설명하도록 권고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