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는 7일 "국세청 외부감독위원회 설치와 지방국세청 폐지는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 후보자가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는 국세청 개혁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8일 인사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국세청 조직 개편 및 쇄신 방향과 관련해 "취임 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도있는 연구와 다양한 논의를 거쳐 국민과 납세자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이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외부감독위원회는 외부 민간인으로 구성돼 국세청 직원들의 비리를 상시 모니터링하고,연간 세무조사나 예산 집행 방향 및 인사 원칙 등을 수립하는 데 참여하는 기구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혁안 가운데 하나다. 또 지방청을 없애는 대신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지방조사청'(가칭)을 신설하고 일선 세무서는 납세서비스만 제공하는 방안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 개혁안이다.

이에 대해 백 후보자는 "외부감독위원회 설치는 '옥상옥' 지적 등 여러 반대 의견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지방청 폐지와 관련해선 폐지 후 국세행정이 제대로 집행 가능한지,또 납세서비스 문제는 없는지 등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백 후보자가 국세청 개혁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좀더 충분하고 신중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백 후보자는 국세청 직원의 뇌물 및 금품 수수,상납 스캔들 등의 비리 방지를 위해서 "조사 · 인사 분야에 대한 근원적 쇄신과 상시적인 부패 감시 활동을 전개하는 등 부조리 근절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겠다"며 "업무처리 절차를 지속적으로 전산화하고 매뉴얼화해 직원들의 재량권을 최소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렴활동 내용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청렴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고 부당 청탁과 압력 행위에 대한 내부 고발 활성화도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백 후보자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서는 "소득세 부담이 경감되도록 영세 자영업자의 단순 경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비율 제도는 국세청이 장부가 없는 무기장사업자들의 소득금액을 계산하기 위해 정부가 정한 일정 비율에 따라 필요경비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경비율이 올라가면 필요경비가 많이 인정돼 세금을 그만큼 적게 내게 된다.

국세청의 신뢰 회복도 강조했다. 백 후보자는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많이 흔들리고 있어 이를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세청이 징세행정 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세청 고위직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국세청에 대한 신뢰가 손상되고 직원 사기도 떨어졌다"면서 "앞으로 국세청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국민 봉사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주세무서 직원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비판글을 올려 최근 파면 징계를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법령 절차에 따라 징계한 것"이라며 "앞으로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내부 비판에 대해선 유연한 자세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