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방지,항노화로 풀이되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은 아직 생소한 용어다. 노화는 보편적인 자연현상인데도 이에 역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적잖다. 암 당뇨병 고혈압 등의 치료와 달리 검증이 덜 된 측면도 있다.

안티에이징은 이처럼 미완의 치료영역이지만 대중의 기대와 관심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2009 안티에이징 엑스포'는 행사기간 중 2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성원 속에 지난 5일 끝났다. 앞서 2일 오전에는 폭우를 무릅쓰고 행사장을 찾은 인파가 줄을 이었다. 충북 청주의 손종원씨(62)는 최근 한 달 동안 게재된 안티에이징 관련 본지 기사를 두툼한 파일에 스크랩한 채 갖고 왔다. 20대부터 90대에 이르는 다양한 관람객들은 자신의 나이에 알맞은 안티에이징 기법을 메모해가며 배우려는 열성을 보였다. 특히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 가능성을 열변한 라정찬 알엔엘바이오 사장의 강연에 300여석의 강의실이 꽉 찼다. 차병원 줄기세포성형 무료시술에 수백명이 신청할 정도였다. 10년 젊게,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아보려는 현 세대의 욕구가 뚜렷이 표출된 행사였던 셈이다.

관람객의 폭발적인 반응에 차병원,예치과,한국엘러간 등은 내년에 열릴 엑스포에도 다시 나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모델로피부과나 모나리자치과 등은 밀려오는 관람객에 부스 규모를 작게 잡은 것을 후회할 정도였다. 안티에이징 효과를 내세우며 항산화비타민인 '아로나민씨 플러스'를 석 달 전부터 마케팅해온 일동제약도 이번 엑스포에 참가해 톡톡한 홍보효과를 얻었다. 유기준 예치과 원장은 "그동안 찾아오는 손님만 맞다보니 진정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며 "이번 엑스포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새로운 치료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티에이징 의학이 앞으로 다가올 100세 장수시대에 만개할 분야임은 분명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규제는 여전하다. 전문의약품 중에 첨단 안티에이징 제품이 많은데도 약사법 등의 규제 때문에 엑스포에서 선보일 수 없었던 것은 못내 아쉬웠다. 정부는 효과가 검증된 의약품이라면 비의료인도 그 진가를 알 수 있도록 적정한 홍보활동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이 조차도 풀지 못하면 의료산업 선진화는 구호로 끝날 수밖에 없다.

정종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