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전문가들은 하반기 성공적인 재테크를 위해서는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기업 실적과 경기 지표를 확인해 가면서 신중하게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명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투자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2명은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상반기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응답한 PB는 한 명도 없었다.

PB들이 기대수익률을 낮추라고 주문한 것은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되면서 주가가 조정 장세로 접어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상반기는 경기 회복에 앞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 속에 주식 및 펀드 투자로 30~40%의 고수익을 내고 회사채나 은행 후순위채에 투자해 연 7~8%대의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하반기는 금융시장 안정으로 금리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경기 회복이 느린 속도로 진행되면서 주가는 조정장세로 접어들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분당PB센터 차장은 "주가가 현 수준에서 추가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경기지표의 뚜렷한 개선을 포함한 새로운 재료가 필요하다"며 "일정 가격 범위에서 투자 수익을 조금씩 실현해 가면서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균 신한은행 분당PB센터 부지점장은 "상반기에는 주가 상승을 점치고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사람들이 고수익을 올렸지만 하반기에는 기업 실적 등을 확인하면서 사후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주가가 조정장세로 접어들 수 있다고 해서 주식 투자의 비중을 줄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식 투자를 줄이기보다는 주가 변동에 따라 저점에서 매수했다가 어느 정도 올랐을 때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설문에 응한 PB 10명 중 9명이 비중을 늘릴 만한 투자 대상(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 주식 및 펀드를 꼽았다. 주식과 펀드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1명에 불과했다. 박승호 국민은행 평촌PB센터 팀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주가 조정기는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주가 하락시마다 투자상품의 비중을 늘려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금 부동산 등 실물 관련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응답도 8명이나 됐다. 채권에 대해서는 10명의 응답자 전원이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은행 예금(3명)과 달러 등 외화 관련 자산(4명)도 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지목됐다.

펀드 투자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50% 전후로 맞춘 상태에서 중국이나 브릭스 등 이머징펀드에 20~30%를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고 원자재 및 상품 관련 펀드에 나머지를 넣어 인플레이션을 기회로 활용하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시기에 대해서는 PB들의 응답이 엇갈렸다. 10명 중 4명은 올해 4분기,4명은 내년 이후가 적당하다고 답했고 1명은 올해 3분기에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상윤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컨설팅팀장은 "주택 가격의 흐름을 점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인별로 재무 목표가 달라 주택 구입의 적기를 고르기는 어렵다"며 "다만 가격 외에 대출금리까지 감안한다면 지금도 주택 구입을 고려해 볼 만한 시기"라고 말했다.

은행 예금은 만기 3~6개월의 단기 상품 위주로 하라는 의견이 10명 중 7명이나 됐다.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된 다음에는 시중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는 만큼 여유자금을 장기로 묶어두지 말고 유동성 있게 운용하라는 것이다. 최봉수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 PB팀장은 "만기 3개월 전후의 단기상품을 활용해 금리 변동에 대처하는 것이 좋다"며 "은행 예금금리는 연말에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예금의 만기를 연말에 맞췄다가 고금리 상품으로 옮겨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재테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는 미국 주택가격의 회복 속도라고 답한 PB가 6명으로 가장 많았고 5명은 기준금리 인상 등 이른바 출구전략의 현실화 시기를 꼽았다.

미국 주택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 요인이라는 점에서,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와 물가는 물론 주식과 부동산시장에까지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