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보름 만에 1400선을 회복하며 7월장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순매수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선물을 5635억원어치 사들여 프로그램 매수세를 키웠다.

전문가들은 '환율 효과'를 들어 외국인 매수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국내 대표 수출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원 · 달러 환율 덕분에 강화된 데다 향후 환차익 기대가 더해져 외국인의 '사자'가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다.


◆삼성전자, 두달여 만에 60만원 회복

1일 코스피지수는 뉴욕증시가 하락한 탓에 약세로 출발했지만 외국인이 현 · 선물 동시 순매수에 나서자 곧바로 상승 반전했다. 특히 외국인이 선물 매수세를 키워 선 · 현물 간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개선되면서 프로그램이 1712억원 매수 우위를 보여 코스피지수는 21.59포인트(1.55%) 뛴 1411.66에 장을 마쳤다.

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6월 제조업지수와 실업률 등 경기지표 발표를 앞두고 증시 상승세를 겨냥한 신규 선물 매수세가 대거 들어와 프로그램 매수를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1.86% 올라 60만3000원에 마감해 지난 4월23일(63만2000원) 이후 두 달여 만에 60만원을 넘어선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지수 1400선 회복의 일등공신인 외국인이 하반기에도 매수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환율 효과'가 그 근거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올 1분기 평균 환율이 달러당 1415원을 기록한 뒤 2분기엔 1289원으로 낮아졌지만 예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철희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평균 환율이 각각 1284원과 1159원 정도로 예상된다"며 "1100원 이상에선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수출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35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대외 부채를 상환하는 디레버리지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환율 하락 압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저금리 정책과 대규모 국채 발행 등으로 달러 약세가 지속돼 국내 수출기업들이 환율 효과를 지속적으로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환차익 기대감도 긍정적

외국인 입장에선 요즘 같은 환율 수준에서 국내 주식을 사두면 향후 환율이 내려갈 때 환차익을 덤으로 노릴 수 있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매매가 환율 흐름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 동안 연평균 환율은 1250원이었고 이 기간 외국인은 26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또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은 연평균 환율이 995원에 불과했고 외국인은 73조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워 시세차익과 함께 막대한 환차익도 챙겼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도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외국인이 매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증권사 전문가들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윤석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전무는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투자자들을 만나본 결과 연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기 회복에 대비해 한국의 수출주,특히 IT를 사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박찬익 모건스탠리증권 전무는 "상반기보다 매수 강도가 약해질 수는 있겠지만 매수 기조가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며 "IT 자동차 등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종목에 대한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경근 ABN암로증권 상무도 "IT 자동차 등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게 분명하다는 점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국인은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9871억원을 순매수했다. 2004년 10조4839억원을 순매수한 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팔자'로 일관했던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매수세다. 올 상반기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2486억원 순매수한 것을 비롯 포스코 현대차 LG디스플레이 등을 대거 사들였다.

장경영/강지연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