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적인 대장 검사, 대장암 예방 가능 얼마 전 40대 중반의 여성분이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았다. 1cm 가까이 되는 용종이 두 개 발견돼서 절제해 드렸다. “검사 받으시길 참 잘 했습니다. 대장암은 대부분 이런 용종에서 시작이 되거든요. 요즘 대장암 걸리신 분들이 많은데, 참 안타깝지요. 미리 용종만 잘라냈다면 괜찮았을 텐데 말이죠.” 설명을 듣던 그 분은 갑자기 손수건을 꺼내더니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일이라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무슨 사연이 있나 보구나 하면서 잠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이내 눈물을 그친 그 분은 “죄송해요. 실은 남편이 작년에 대장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남편을 미리 검사 못 시킨 게 너무 후회돼요. 강제로라도 시켰어야 했는데..” 내가 드린 설명이 아픈 기억을 되살린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부인 만이라도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 암정보센터의 보고에 의하면 우리 몸에 생기는 암은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수백 종류가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이름도 다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암 중에서 진정한 의미의 예방이 가능한 암은 대장암뿐이다.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건강한 식습관이나 규칙적인 운동과 같은 스스로의 노력이 아니라, 용종절제라는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의사의 도움을 통해서라도 대장암 예방이 가능한 이유는 '선종-암 연속'이라고 알려진 현상 때문이다. 선종은 용종의 한 종류로 70%를 차지하고 있다. '선종-암 연속'이라는 현상은 대장의 정상 점막에서 갑자기 대장암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단 선종이 생긴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암으로 진행돼가는 현상을 말한다. 1974년에 Morson이라는 의사가 이 사실을 발견했다. 최근에 들어 정상 점막에서 직접 암이 생길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런 경로를 통한 대장암은 많이 잡아도 5%를 넘지 않는다. '선종-암 연속' 현상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즉, 선종을 제거하면 대장암으로 연이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어렸을 적 시골 고향에서 개구리를 잡으러 다니던 기억이 난다. 개구리를 백마리 잡아오면 작고 예쁜 토끼 새끼 한 마리와 바꿔주시는 동네 아저씨가 계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구리를 잡는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개구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올챙이를 잡아다 방 안에서 키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올챙이를 잡는 건 그래도 쉽기 때문이었다. 대장용종을 볼 때마다 자꾸 어렸을 적의 올챙이와 개구리 생각이 난다. 언뜻 올챙이처럼 생긴 모양의 용종들도 있기 때문이지만 쉽게 용종만 잡아내면 어떻게 튈지 모르는 대장암을 미리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용종을 올챙이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께서도 아마 자신의 장 속에 올챙이를 키우고 계실지 모른다. 개구리가 되기 전에 빨리 대장내시경으로 잘라내시길 권해드린다. 올챙이에서 개구리가 되는 데는 50일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장 속의 올챙이는 다행히도 보통 5년은 지나야 개구리로 변해간다. 천금과 같은 이 5년의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마시기를 바란다.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