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시장 매각 절차와는 별도로 사모펀드(PEF) 조성을 통한 인수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산은 관계자는 29일 "금호 측의 매각 결정과는 별개로 내달부터 PEF 설립을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갈 계획이었다"면서 "PEF에 참여할 투자자 모집 등에 필요한 시간을 최대한 벌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금호 측이 7월 말 시한으로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대우건설을 산은 PEF에 넘기겠다는 내용으로 지난 1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만큼 PEF 설립 준비는 당연한 절차라는 게 산은 측 설명이다.

이 같은 산은의 신속한 움직임은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대우건설 새 주인 찾기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LG,포스코 등 인수 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대기업들은 공식적으로는 "인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결국 '공'은 산은으로 넘어올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민유성 행장이 직접 나서 금호 측에 PEF를 통한 구조조정 방안을 먼저 제안한 산은으로서도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부담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대우건설의 덩치를 감안할 때 산은이 최소 20곳 이상의 국내외 투자자를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PEF 구조를 짜고 국내외 투자자를 접촉하는 데만 최소 5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에 대한 채권단의 풋백옵션 행사 시점인 12월 이전까지 산은이 인수작업을 마무리짓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