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중앙정부가 29,30일(현지시간) 유전 및 가스전 8곳에 대한 국제 입찰을 실시한다. 석유산업을 국유화한 지 30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입찰엔 사전 자격 심사(PQ)를 통과한 전 세계 40개 기업이 참여한다. 한국 기업으로는 가스공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라크 유전 확보를 위한 '입찰대전'에 불이 붙으면서 세계 석유업계의 시선이 바그다드로 쏠리고 있다.


◆오늘부터 입찰‥막판 경쟁 치열

28일 지식경제부와 가스공사에 따르면 PQ를 통과한 40개 기업이 바그다드 석유청에서 실시될 입찰을 앞두고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막판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계 거대 석유기업 엑슨모빌을 비롯해 유럽 최대사인 로열더치셸,러시아의 루크오일,중국의 시노펙 등 석유 메이저와 주요국의 국영 석유회사가 모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입찰 대상은 그동안 전쟁과 관리 부실로 개발이 지연된 6개 유전(주바르,바이 하산,키르쿠크,미산,웨스트 쿠르나,루마일라)과 2개 가스전(만수리야,아카스)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라크 유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막대한 매장량과 저렴한 개발 비용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 석유매장국인 이라크의 확인 매장량(1150억배럴) 가운데 약 37%인 430억배럴 이상이 6개 유전에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전 개발 비용도 배럴당 1.5~2.25달러 수준으로 말레이시아(5달러) 캐나다(20달러)에 비해 싼 편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1개 기업이 입찰할 수 있는 유전 및 가스전은 3개로 제한돼 있어 어느 기업과 편을 맺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유일한 '희망'…가스공사의 도전

이번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은 가스공사뿐이다. 한국석유공사와 SK에너지는 2007년 쿠르드 자치정부와 8개 광구에 대한 개발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중앙정부가 실시하는 입찰에 대한 자격을 얻지 못했다.

유전 운영 경험이 적은 가스공사는 운영권자로 컨소시엄을 주도하기보다 유력한 기업과 짝을 이뤄 2~3곳의 가스전과 유전 입찰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3~4개 기업씩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되는 만큼 개별 입찰에 비해 성공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짝짓기도 중요하지만 어떤 컨소시엄이 어떤 유전에 응찰하느냐에 따라 경쟁률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며 "현지에서 조금이라도 경쟁이 덜한 곳에 입찰서를 넣기 위한 눈치작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가스공사가 유전이나 가스전 확보에 성공할 경우 한국은 쿠르드 자치지역에선 석유공사와 SK에너지가,중앙정부의 유전에선 가스공사가 각각 자원 개발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이라크에서 '투-트랙(Two-Track)' 전략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이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