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지난 26일 이산화탄소 등 지구온난화 가스의 배출 제한과 배출권 거래를 허용하는 기후변화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온난화 가스 배출을 제한하지 않는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철강 등 온난화 가스 배출 관련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항도 담고 있어 무역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법안이 상원에서 상원의 독자 법안과 절충돼 통과되면 미 역사상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하원은 찬성 219표 대 반대 212표로 가까스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결에 필요한 찬성 표는 218표 이상이었다. 이 법안은 미국이 온난화 가스 배출을 2005년 기준으로 2020년까지 17%,2050년까지 83% 감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력 철강 자동차 정유업체 등에 배출량의 85%를 허가해주되 15%는 경쟁 입찰을 통해 배출권을 거래하도록 했다. 또 전력회사들이 2012년까지 전력 생산의 6%,2020년까지 20%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했다.

미 의회 예산국은 하원의 기후변화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2020년 에너지 등 제품가격 상승을 포함한 220억달러(가구당 평균 175달러)의 순경제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 정유협회는 연간 580억달러의 비용 부담이 생길 것으로 추정했다.

CNBC방송은 미 산업계는 승자와 패자로 갈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대 승자는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는 업체들과 원자력발전소 등이며,최대 패자로는 석유 · 정유 석탄업계 등을 꼽았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하원 법안에 온난화 가스를 제한하지 않는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철강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항을 표결 직전 삽입했다. 미 상공회의소 등은 이 조항이 사실상 중국과 인도를 겨냥한 것이어서 무역 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