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 경제가 2005년 이후 3년 만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비교적 좋은 기상 여건 속에 곡물 생산이 증가했고 6자회담 참가국들의 중유 지원 등으로 제조업 생산이 늘어난 덕분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는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될 경우 북한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농업생산 증가…중유 지원 등 영향

한국은행은 28일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07년보다 3.7%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이는 같은 해 남한의 GDP 증가율 2.2%보다 1.5%포인트 높은 것으로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남한을 앞지른 것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남북한의 경제성장률은 남한이 -6.9%,북한이 -1.1%였다.

2006년과 2007년 각각 -1.1%와 -2.3%로 뒷걸음질쳤던 북한 경제가 지난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별다른 자연재해가 없는 가운데 곡물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북한의 농산물 생산은 벼(21.7%)와 감자를 비롯한 서류(식량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작물,7.2%)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 과장은 "대규모 자연재해를 입었던 2006~2007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북한의 농업 작황이 좋았다"며 "3.7%의 성장률 중 2.5%가량이 농업 생산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업 생산은 석탄 철광석 비금속광물 등의 생산이 전반적으로 늘어 2.3% 증가했고 제조업 생산은 경공업이 증가세로 전환되고 중화학공업의 성장세가 확대되면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신 과장은 "6자회담 참가국들의 중유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제조업 부문의 공장 가동률도 높아졌다"며 "지난해 10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등 북한을 둘러싼 국제 정세도 경제 발전에 비교적 유리하게 전개됐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그러나 "곡물 생산 증가와 중유 지원 등은 모두 일시적 요인"이라며 "북한의 성장동력이 개선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남북 교역 증가세 둔화

북한의 대외 무역 규모도 지난 2년간의 감소세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북한의 무역 규모는 38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9.9% 증가했다. 수출은 11억3000만달러로 22.8% 뛰었고 수입은 26억9000만달러로 33.2% 늘어났다. 한은은 중국과의 교역이 늘어나면서 북한의 대외 무역이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북한 간 교역은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남북 교역은 18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2% 증가에 그쳤다.

특히 남한에서 북한으로 반출된 규모는 새 정부 들어 정부 및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이 줄어들면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북한에서 남한으로의 반입은 개성공단 생산품을 중심으로 21.8% 증가했다.

지난해 남북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남한이 1030조6000억원,북한이 27조3000억원으로 남한이 북한보다 37.7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국민소득은 남한이 18.1배,대외 무역 규모는 224.4배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