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출신 소설가 12人 12色 인생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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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숙ㆍ권지예ㆍ배수아ㆍ김다은씨 등 12명
테마소설집 '이화, 번지점프를 하다' 출간
테마소설집 '이화, 번지점프를 하다' 출간
고은주,권리,권지예,김다은,김향숙,배수아,오현종,우애령,이청해,정미경,한정희,함정임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여성 소설가라는 점 외에도 이화여대가 모교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등단 시기와 작품 성향,학과와 학번,연령대는 제각각이지만 이화여대에서 보낸 청춘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 뭉쳐 '청춘'과 '이화'를 주제로 한 테마소설집 《이화,번지점프를 하다》(글빛)를 출간했다.
소설집 출간을 기념해 24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참여 작가 12명 중 우애령씨를 제외한 11명이 모였다. 높은 출석률에 대해 권지예씨는 "이대생들이 개성이 강하긴 하지만 겉으로는 모범생"이라고 설명한 뒤 "여대 특유의 이미지에 얽매이는 걸 싫어해 자유롭게 살았지만 나도 겉으로는 모범생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소설집은 이화여대출판부(글빛)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문학평론가인 김미현 이대 국문과 교수의 제안으로 2007년 작가들이 첫 모임을 가진 후 2년 후에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정해진 주제가 있긴 하지만 각 소설마다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면모가 잘 반영됐다.
배수아씨는 "예전 이대 신입생을 환영하는 글을 청탁받아 쓴 적이 있는데,결국 실리지 못하고 원고료만 받았던 적이 있어 이번 소설집 원고 넘길 때만 해도 '내 글이 여기 실릴까' 싶은 생각에 반신반의했다"고 '아픈 과거'를 회상한 뒤 "내 단편이 실린 걸 보니 '역시 문학은 달라'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대라는 공간 자체에 천착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김다은씨는 <가장 전망이 좋은 집>에서 이화학당을 세운 스크랜튼 여사의 영혼이 이화역사관을 방문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내세웠다. 고은주씨는 <그곳에 가면>에서 자신의 꿈을 잃어버렸다고 늘 불평하는 전업주부에게 이대 캠퍼스 산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어린 딸의 눈으로 조명해 보았다. 함정임씨의 <상쾌한 밤>에서는 이대 부근 풍경이 중요한 장면으로 등장한다.
6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소설가들이 각자 시대의 청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엿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1945년생인 우애령씨의 <선유실리>에는 산골마을로 교육봉사 활동을 떠난 여대생이 편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1979년생인 권리씨의 <정박>에는 98학번 여대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미래는 막연하지만 희망을 품고 있는 청춘들을 그린 <번지점프를 하다>를 쓴 정미경씨는 "20대를 주인공으로 글을 쓰면서 그때의 감성으로 돌아가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어쨌든 '회춘'하는 기분이 들어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미현 교수는 "소문이나 풍문으로 전해지는 이화의 육성과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소설적 성찰을 보여주기 위해 소설집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