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씨 김에 대한 올바른 로마자 표기는 'Kim'일까,'Gim'일까. 2000년 'Gim'으로 표기를 통일했지만 여전히 'Kim'으로 쓰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Gim'은 '짐'으로 읽히기도 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genome'은 유전체,게놈,지놈 등으로 혼용되고 있다. 외국어 'Voucher'는 바우처,전표,복지상품권 등으로 여과없이 사용되지만 의미를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이처럼 표기법과 맞춤법들이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정부는 올해 로마자 표기법을 시작으로 외래어 표기법,한글 맞춤법 등 어문 규범을 새롭게 바꿀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14차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세종사업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우선 2000년 7월 개정된 로마자 표기법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지 조사하는 영향 평가를 올해 착수하고 이어 2010년 외래어 표기법,2011년에는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에 대한 영향 평가에 나설 계획이다.

박광무 문화예술국장은 "반드시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면서 "영향평가는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에 의한 것으로,그동안 표기법을 둘러싸고 학자들이 이견을 제기해온 만큼 현 규범의 개정 필요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로마자 표기법의 경우 성씨에 대한 표준안도 마련,주민등록증과 여권 영문이름에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5일 오후 3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성씨의 로마자 표기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도 연다. 성씨 표준안은 2002년 예외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다가 논의가 아예 중단됐다. 어문 규범 개정이 추진될 경우 실제 정비는 로마자 표기법이 토론회 등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가장 먼저 2011년에 이뤄지며,나머지 표기법은 2012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부는 또 한글의 보편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세종사업을 통해 1999년 완간된 현행 '표준국어대사전'을 시대 변화에 맞춰 확대 개정한 '새한글사전'도 편찬한다. 또 웹2.0기반의 위키피디아 사전,한글을 공부하는 20여개 언어권의 외국인 대상 다국어 웹사전 등도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부처별로 한글학교,한국교육원 등 제각각 이름으로 운영 중인 해외 한글보급 기관을 '세종학당'이란 이름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