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어느 수준까지 상승(원화가치 하락)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소폭 등락을 거듭하던 환율이 1290원대까지 뛴 만큼 1300원대 돌파는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은 이달 3일 연중 최저점인 1233원20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수출 타격을 우려한 외환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으로 추가 하락하지 못하고 1230~1280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23일 1290원80전으로 뛰어올랐다.

한동안 환율이 떨어진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주식 순매수 행진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도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약세를 보였던 달러가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약세와 강세를 반복하면서 원 · 달러 환율도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은행의 우울한 경제 전망이 환율 상승을 촉발시켰다. 세계은행은 전날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 3월 -1.75%에서 -2.9%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경기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났고 글로벌 달러는 강세로 돌아섰다. 국내외 증시도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최근 국내 상황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환 당국이 외화자금을 회수하면서 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북한 관련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섰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박스권 상단인 달러당 1285원대가 뚫린 만큼 일시적 상승보다는 추세적 상승으로 봐야 한다"며 "뉴욕 증시가 급락세를 이어간다면 조만간 1320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은 경기 회복에 이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등 너무 앞서간 측면이 있다"며 "조정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세계은행의 발표가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재고조정 효과도 반감되고 무역수지 흑자폭도 줄어들 것"이라며 "따라서 환율은 하반기에 1400원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500원대까지 돌파하는 폭등세는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현재 추세는 외화유동성 부족이나 불안심리에 따라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 초와 같은 폭등세는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무역흑자 규모가 하반기에 줄어들 수 있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되고 경기도 침체 상황에서 벗어난다면 원화는 다시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