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3일 오전 국무회의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및 토의 내용을 소상하게 브리핑했다. 비정규직,공무원 노조 시국선언 움직임 등 이날 논의된 사항에 관한 것이었다.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도 그대로 공개한 바 있다. 지금까지 두 회의 내용은 거의 내놓지 않았고,공개하더라도 간단한 자료로 갈음하던 것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요즘 청와대의 화두는 선제적 대응,공격적 이슈 주도,선택과 집중이다. 주요 현안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연일 개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숙고를 끝낸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변신을 예고한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추진력 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회복해 집권 2년차 'MB다움'으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조문 정국'에서 벗어나 국정 개혁 쪽으로 방향을 틀 때가 됐다는 이 대통령의 판단이 깔려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국정쇄신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성격도 없지 않다. 핵심 참모는 "경제 상황이 한숨 돌릴 형편이 됐고,4강외교를 통해 안보 문제에 대처할 토대도 마련된 만큼 집권2기 개혁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만 하더라도 정국해법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숨가쁘게 돌아간 조문정국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장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서거 발생 이후 지난 15일 라디오 연설에서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까지 20일 넘게 이 대통령은 정국 현안에 대한 발언을 삼갔다.

'침묵 탈피' 조짐은 지난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정면으로 맞받아치면서 가시화됐다. 이후 19일 MBC PD수첩 광우병 방송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한 경영진 총사퇴 거론,21일 검찰총장 및 국세청장 깜짝 내정 발표,22일 중도 강화 발언,23일 비정규직법을 비롯한 시급한 법안 처리 촉구 등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이 대통령의 변화 방향은 법치주의 확립,서민 · 민생을 위한 정부,사회통합 등 '세토끼 잡기'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무원노조가 시국선언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이 대통령의 법질서 확립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사교육이 서민의 부담 · 고통과 직결된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념 · 계층 · 지역 ·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오는 8월 발족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와 맥이 닿는다. 그렇다고 정치권의 거센 쇄신 요구에 대해 서두르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진정한 개혁이란 '아침에 눈을 떠보니 세상이 달라져 있더라'는 식이 아니라 마치 물이 스며들 듯 자신도 모르게 하나 하나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쇄신 신호탄을 쏘아 올린 만큼 청와대는 향후 '타임 스케줄'을 짜고 있다. 이달 말 종교계 언론계 등과 대화,이르면 내달 초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입장 발표에 이은 인적쇄신 등이 점쳐진다. 다만 이 대통령의 쇄신 수준이 한나라당의 요구를 충족시킬지는 미지수여서 당 · 청 갈등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