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이 자기장 이어폰과 목걸이 안테나 등 무선기기를 이용해 토익 점수를 올리려다가 쇠고랑을 차게 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무전기 차임벨과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토익시험의 답을 수험생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김모(42·남)씨와 박모(31·남)씨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하고 수험생 이모(22·여)씨 등 2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27년간 생활한 박씨는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소재 모 중학교에서 시행된 토익시험에 응시, 문제를 푼 뒤 왼팔 소매에 숨긴 무전기 차임벨을 이용해 시험장 밖 차안에서 대기 중인 김씨에게 답을 전송했다.

박씨가 실시간으로 전송한 답안을 진동기로 수신한 김씨는 박씨와 같은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수험생에게는 무선 자기장 이어폰으로, 타학교 수험생에게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각각 답을 전달했다.

수험생들은 시험장에 쌀 반 톨 크기의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목걸이형 안테나를 목에 걸고 입실한 뒤 착용한 무선기기를 이용해 김씨에게 답안을 전송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부정응시자 28명을 모집한 후 "토익 900점을 보장한다"며 각 200만~300만원씩 받는 수법으로 총 50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답을 그대로 받은 수험생들은 500점 전후였던 평균 점수가 크게 상승해 대부분 900점 이상의 높은 성적을 받았다.

적발된 수험생은 20~30대로 취업준비생이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회사원 9명, 대학생이 6명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부정 응시자 대다수가 취업, 승진 등을 위해 높은 토익점수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부정 응시했다"고 전했다.

김씨 등은 응시자를 직접 면담해 가족 중 경찰관이 없는 점을 확인하고나서 부정행위 방법을 알려줬고, 수험생과 연락하는 데 이용한 '대포폰'은 한 번 쓴 뒤에는 재사용을 하지 않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3년 전에도 토익 부정행위로 적발된 김씨가 교도소에서 박씨를 만나 '노하우'를 전수했다"며 "2월 이전에 치러진 토익 시험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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