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와 자동차가 실적개선을 앞세워 박스권 증시를 벗어나는 데 필요한 동력을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2분기 실적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이들 업종의 실적개선을 주목하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IT와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경쟁업체들에 비해 탁월한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여 외국인 매수세를 끌어당길 것이란 분석이다.

22일 삼성전자는 2.31% 뛴 57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LG전자LG디스플레이도 각각 2.23%와 2.62% 올랐고,하이닉스는 3.77% 상승했다. 이처럼 대형 IT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면서 전기전자 업종지수가 2.10% 올라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 현대차기아차는 각각 이틀과 나흘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실적개선 전망이 이 같은 강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실적 조사기관인 IBES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동안 국내 증시의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이 24.6%인데,IT는 100.7%에 달한다.

1년 뒤 EPS가 현재의 두 배를 넘어선다는 의미다. 김승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국내 기업들의 이익개선 흐름은 IT와 자동차가 주도할 전망"이라며 "자동차 업종의 EPS 증가율도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T와 자동차의 투자 매력이 4분기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수혜'가 IT와 자동차의 이익 증가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살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펴면서 한국 업체들이 큰 수혜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업체들에 비해 뛰어난 실적도 주목된다. IBES에 따르면 전 세계 애널리스트들의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작년보다 소폭 줄어들지만 27억2500만달러(약 3조4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해보다 27.98% 급증한 12억3900만달러에 달하고,LG디스플레이도 4000만달러 영업흑자를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마이크론 엘피다 소니 모토로라 AUO 등 해외 IT업체들은 일제히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의 마이크론은 영업적자폭이 지난해의 두 배 가까이로 확대되고,작년 영업이익을 냈던 휴대폰의 모토로라와 LCD의 AUO는 올해 영업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해외 기업이 대부분 영업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만 뛰어난 실적을 내놓을 전망이어서 외국인의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에선 현대차가 올해 10억69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려 영업적자 규모가 각각 51억4200만달러,11억3900만달러에 이를 도요타와 닛산을 압도할 전망이다. 강상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1분기 각각 2.5%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세계 1,2위를 차지한 데 이어 2분기 각각 4~5%대 영업이익률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실적 시즌의 효과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2분기 실적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반대로 보면 그만큼 '깜짝 실적'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의미도 된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